손님에 대한 엉뚱한 복수심에서 탄생된 감자칩 [김정한의 역사&오늘]

1853년 8월 24일

감자칩. (출처: Evan-Amos,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853년 8월 24일, 미국 뉴욕주 사라토가 스프링스의 고급 휴양지 레스토랑에서 현대 스낵 문화의 지형을 뒤흔든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사소한 감정싸움과 엉뚱한 복수심에서 시작된 조리실의 소동이 오늘날 전 세계인이 즐겨 찾는 '포테이토 칩'(감자칩)이라는 혁신적인 간식을 탄생시킨 날이다.

사건의 발단은 한 까다로운 손님의 불만이었다. 당시 '문스 레이크 로지' 레스토랑을 찾은 거물 사업가 코닐리어스 밴더빌트는 주문한 프렌치프라이가 나오자마자 "너무 두껍고 기름져서 눅눅하다"며 주방으로 돌려보냈다. 다시 튀겨 내놓은 감자 역시 그의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했고, 접시는 계속해서 주방으로 되돌아왔다.

반복되는 트집에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아프리카계 아메리카 원주민 혼혈 주방장 조지 크럼은 손님을 골탕 먹이기로 결심했다. 포크로 절대 찍어 먹을 수 없도록 감자를 종잇장처럼 극도로 얇게 썰어 기름에 바싹 튀겨낸 뒤, 먹기 힘들 정도로 소금을 듬뿍 뿌렸다. 손님에게 무안을 주고 쫓아내려는 의도된 '앙갚음 요리'였다.

하지만 결과는 주방장의 예상을 완벽히 빗나갔다. 불쾌해하며 자리를 뜰 줄 알았던 손님은 바삭바삭 부서지는 감자의 식감과 짭조름한 풍미에 완전히 매료됐다. 그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한 접시를 더 주문했고, 주변 테이블의 손님들까지 호기심을 보이며 같은 음식을 요청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 우연한 복수극은 '사라토가 칩'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메뉴판에 올랐다. 바삭한 식감을 앞세운 이 요리는 순식간에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고, 조지 크럼은 훗날 자신의 식당을 열어 테이블마다 감자칩 바구니를 기본으로 제공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완벽한 골탕 먹이기가 세기의 히트 상품으로 둔갑한 순간이었다.

화풀이로 내놓은 얇은 감자 조각은 이후 대량 생산 설비와 밀봉 포장 기술을 만나며 수십조 원 규모의 글로벌 제과 산업으로 성장했다. 주방장의 짓궂은 장난과 변덕스러운 손님의 입맛이 빚어낸 뜻밖의 결합이 오늘날 스낵 역사의 가장 바삭하고 유쾌한 명장면을 완성했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