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훈 '상록수' 동아일보 현상모집 소설 당선 [김정한의 역사&오늘]
1935년 8월 13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35년 8월 13일, 동아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현상모집 소설 부문에 심훈의 '상록수'가 당선작으로 발표됐다. 당시 심훈은 충남 당진 부곡리에서 집필에 몰두한 끝에 이 걸작을 완성했다. 최용신과 유상규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이 작품은 식민지 민중의 처참한 현실을 고발하고 교육을 통한 자립 가능성을 제시하며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상록수'는 일제의 무단통치와 수탈이 극에 달했던 1930년대, 농촌 계몽운동(브나로드 운동)의 이념을 문학으로 구현해냈다. 주인공 박동혁과 채영신을 통해 문맹 퇴치, 위생 개선, 협동조합 설립 등 실천적 농촌 운동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이는 지식인의 관념적 계몽을 넘어 민중 속으로 들어가는 실천적 문학의 모범을 제시했다.
작품의 가치는 민족의 자립적 역량을 신뢰하고 절망적인 식민지 현실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은 민족주의적 열정에 있다. 비록 일제의 검열과 통제 아래 쓰였지만, 지식인과 농민이 연대하여 스스로의 힘으로 삶을 개척하려는 주체적 의지를 형상화했다.
한국 문학사에서 '상록수'는 1930년대 농촌소설의 정점이자 리얼리즘 문학의 주요한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이광수의 '흙'과 함께 대표적인 계몽주의 소설로 꼽히지만, '상록수'는 한층 더 구체적이고 현장감 넘치는 행동주의적 면모를 보여준다.
또한 이 작품은 소설을 넘어 당대 대중에게 엄청난 사회적 파급력을 미쳤다. 동아일보에 연재되는 동안 전국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으며, 수많은 청년이 농촌 현장으로 뛰어드는 계기를 마련했다. 문학이 단순한 유희나 예술적 탐닉에 그치지 않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동력이자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심훈의 '상록수'는 일제 강점기라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민족의 앞길을 밝힌 한 줄기 빛이었다. 엄혹한 탄압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청년들의 열정과 희망의 메시지는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까지도 한국 문학사의 가장 푸른 상록수로 남아 살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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