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파플로우 해군기지 독일 군함 자침 사건 발생 [김정한의 역사&오늘]

1919년 6월 21일

침몰 중인 독일 제국 해군의 대양함대 소속 군함. (출처: Royal Navy official photographer (C. W. Burrows), 1919,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19년 6월 21일, 영국 스코틀랜드 오크니 제도의 스카파플로우(Scapa Flow) 해군기지에서 대규모 자침 사건이 발생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 처리가 한창이던 당시 영국 해군에 억류돼 있던 독일 제국 해군의 대양함대 소속 군함 52척이 일제히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것이다.

1918년 11월 휴전 협정 체결 이후, 독일 대양함대의 주력 군함 74척은 연합국의 최종 처분을 기다리며 이곳 스카파플로우에 계류돼 있었다. 약 7개월간 이어진 베르사유 평화회담에서 승전국들은 독일 군함을 자신들의 전리품으로 나누어 가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당시 억류 함대를 지휘하던 독일의 루드비히 폰 로이터 해군 소장은 승전국들이 함대를 강제로 나포해 전력으로 흡수할 것을 우려했다. 특히 독일 정부가 베르사유 조약을 거부하고 전쟁이 재발할 경우, 이 함대들이 독일을 향한 칼날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이에 로이터 소장은 비밀리에 자침 계획을 수립했다.

사건 당일 함대를 감시하던 영국 제1전함전대의 주력이 훈련을 위해 기지를 비우자 기회가 찾아왔다. 오전 11시 20분, 로이터 소장은 전 함대에 "지시 제11호, 확인 바란다"라는 비밀 암호를 발신했다. 이는 즉각 자침을 개시하라는 명령이었다.

독일 수병들은 일제히 선저의 해수 밸브를 열고 파이프를 파괴한 뒤 내부 해치와 수밀문을 차단해 배가 완전히 침몰하도록 조치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영국 해군 해안경비대가 급히 승선해 침몰을 막으려 했으나,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저항하는 독일 수병들을 향해 영국군이 발포하면서 9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을 입었다.

결과적으로 거대한 전함 9척, 순양전함 5척을 포함해 총 52척의 첨단 군함이 수중으로 사라졌다. 정전 협정 위반으로 로이터 소장과 1800여 명의 수병이 투옥됐으나, 독일 본국에서는 함대의 명예를 지켜낸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승전국들의 해군력 증강 야욕에 치명타를 날린 이 사건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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