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표현주의 거장 조르주 루오 출생 [김정한의 역사&오늘]
1871년 5월 27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871년 5월 27일, 프랑스 파리의 한 지하 대피소에서 화가이자 판화가인 조르주 루오가 태어났다. 인간 존엄과 구원을 그린 20세기 표현주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화가다.
가난한 장인의 아들로 자란 루오는 14세 때 스테인드글라스 공방의 도제로 들어가 중세 유리공예의 복원 기술을 배웠다. 이때 체득한 경험은 훗날 그의 화풍을 결정짓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특유의 두껍고 강렬한 검은 윤곽선과 그 내부를 채우는 보석처럼 빛나는 색채는 중세 스테인드글라스의 빛과 그림자 구조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후 국립미술학교인 에콜 드 보자르에 입학해 상징주의 미술의 대가 귀스타브 모로를 스승으로 만나며 예술적 시야를 넓혔다.
루오는 신을 잃어버린 현대 사회의 인간상에 주목했다. 사회의 중심에서 소외된 매춘부, 곡예사, 피에로를 비롯해 인간의 오만함을 대변하는 부패한 판사와 부유층을 캔버스에 담았다. 그는 그들의 일그러진 얼굴 속에서 인간 본연의 고귀함과 영적인 슬픔을 포착했다. 1927년 완성한 58매의 위대한 판화 연작인 '미세레레'(Miserere)는 전쟁의 참상과 신을 향한 갈구를 시각화한 그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인간의 실존적 고뇌와 기독교적 구원관을 융합한 루오의 예술은 야수파와 표현주의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대 종교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의 엄격한 예술적 양심도 유명하다. 만년에 화상과의 소송 끝에 되찾은 자신의 미완성 작품 315점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이유로 불태운 일화는 유명하다.
루오는 동시대의 거장 피카소, 마티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도, 유행에 타협하지 않고 독창적인 종교적 세계관과 인간주의적 시선을 고수한 독보적인 예술가다. 프랑스 정부는 그의 공로를 기려 1925년 문화계 최고 인사에게 주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했다. 또한 1958년 2월 13일 그가 사망하자 국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인간의 비극을 어루만진 그의 예술은 탄생 1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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