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표준화 시대 개막"…'미터 협약' 체결 [김정한의 역사&오늘]

1875년 5월 20일

국제도량형국. (출처: NIST,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875년 5월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역사적인 '미터 협약'이 체결됐다. 벨기에, 이탈리아, 독일, 미국 등 17개국 대표가 참여한 이 협약은 전 세계의 도량형을 통일하고 과학적·상업적 교류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결정적 전환점이다.

그동안 국가와 지역마다 서로 다른 도량형을 사용해 국제 무역과 과학 연구에서 극심한 혼선이 발생했다. 길이와 무게를 재는 기준이 제각각이다 보니, 국가 간 거래에서 치수를 재환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오차가 누적됐다.

산업혁명 이후 국가 간 교류가 급증하면서 인류는 전 세계가 공통으로 사용할 '하나의 기준'을 절실히 요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스가 1799년 제정해 사용해 온 '지구 자오선 길이'를 기준으로 삼은 '미터법'이 주목을 받았다. 이는 인위적인 변화가 없고 10진법을 기반으로 하여 계산이 매우 직관적이었다

하지만 프랑스가 보관하던 기존의 미터 원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미세하게 변형되거나 마모될 위험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국제 사회가 함께 인정하고, 가장 정밀한 기술로 제작된 '새로운 국제 표준 원기'를 만들어 공동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협약국들은 상설 국제기구인 국제도량형국(BIPM)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프랑스 파리 인근 세브르에 본부를 두는 BIPM은 미터와 킬로그램의 원기를 정밀하게 제작해 보관하고, 전 세계 표준을 감독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과학적 엄밀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제도량형총회(CGPM)와 국제도량형위원회(CIPM)도 함께 구성되어 운영됐다.

미터 협약은 글로벌 표준화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하나의 단위로 소통하게 된 인류는 과학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국제 무역의 폭발적인 성장을 맞이했다. 미터 협약은 국경을 초월한 인류 협력의 가장 성공적인 이정표였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