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일상의 필수품 '지퍼'가 태어난 날 [김정한의 역사&오늘]

1913년 4월 29일

기드온 선드백의 지퍼 특허 (출처: Gideon Sundbäck,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13년 4월 29일, 미국에서 스웨덴 출신의 전기 기술자 기드온 선드백은 혁신적인 발명품의 특허를 등록했다. 바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현대적 '지퍼'의 원형인 '분리 가능한 체결 장치'(Separable fastener)다.

사실 지퍼의 개념은 선드백 이전에도 존재했다. 1851년 엘리어스 하우가 '자동 연속 옷 잠금장치'를 구상했고, 1893년 휘트콤 저드슨이 '클래스프 로커'라는 이름으로 신발 끈을 대신할 장치를 선보였다. 그러나 초기 모델들은 걸핏하면 걸리거나 쉽게 벌어지는 결함이 있어 실용성이 매우 떨어졌다.

선드백은 이전 모델들의 실패 원인을 완벽하게 분석하여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그는 맞물리는 이빨의 개수를 1인치당 10개 이상으로 대폭 늘려 결속력을 극대화했다. 또한 슬라이더가 지나갈 때 양쪽의 이빨이 서로 단단히 고정되도록 '홈'과 '돌기'를 만드는 구조를 고안했다. 이것이 현대 지퍼의 핵심 원리인 '이빨식 지퍼'의 완성이다.

하지만 당시 대중은 이 생소한 장치를 신뢰하지 않았다. 지퍼가 대중화된 결정적 계기는 전쟁과 기업의 마케팅이었다. 미 해군이 비행복과 구명복에 이 편리한 장치를 채택하면서 신뢰성을 입증했다. 1923년 'B.F. 굿리치'사가 고무장화를 제작하며 지퍼가 열릴 때 나는 소리를 본떠 '지퍼(Zipper)'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대중적인 고유 명사로 자리 잡았다.

1930년대에 이르러 지퍼는 패션계의 중심에 섰다. 아이들 혼자서도 옷을 입기 편하다는 점이 홍보되며 아동복에 쓰이기 시작했고, 이어 남성복 바지의 앞여밈 단추를 대체하며 기능성의 상징이 되었다.

선드백의 지퍼 발명은 인류가 물건을 밀봉하고 여는 방식을 완전히 바꾼 기계공학적 승리다. 100여 년 전 오늘 등록된 이 정교한 설계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수십억 벌의 의류와 가방 속에서 소리 없이 작동하며 인류의 일상을 지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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