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300조 시대' 마중물…콘텐츠 정책펀드 7300억원 조성
영화계정 정부 돈 비중 60%로↑…중·저예산 영화·애니메이션 숨통 틔운다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케이-컬처 300조 원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정부가 7300억 원 규모의 '콘텐츠 정책펀드'를 새로 만든다. 정부가 직접 돈을 더 넣고, 민간 투자자에게는 손실을 조금 더 막아 주는 대신 이익을 더 많이 나눠 주는 방식으로 규칙을 바꿔, 케이-콘텐츠에 들어오는 민간 돈도 함께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벤처투자와 함께 '2026년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 계획을 내고, 총 7300억 원 규모의 콘텐츠 정책펀드를 만들겠다고 23일 밝혔다. '모태펀드'는 정부가 씨앗이 되는 큰 자금을 만들어 두고, 민간과 함께 여러 개의 작은 펀드(자펀드)를 만들어 기업에 투자하는 구조를 말한다.
이번 정책펀드는 문화계정 6500억 원, 영화계정 818억 원으로 구성했다. 두 계정을 합친 조성 목표액은 지난해보다 약 22% 늘었고, 문화계정과 영화계정 모두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큰 규모다. 정부는 이를 통해 '케이-컬처 300조 원 시대'를 앞당기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문화계정에 3900억 원을 넣어서 총 6500억 원 규모의 자펀드 5종을 만들기로 했다. 나머지 금액은 민간이 함께 채우는 방식이다. 문화계정은 우리 콘텐츠 산업의 뼈대가 되는 지식재산, 해외 진출, 신기술,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 인수합병(M&A)과 기존 주식 매입(세컨더리) 등에 나눠 투자한다.
세부적으로는, 드라마·영화·웹툰·게임 등 콘텐츠의 '원천 지식재산'(IP)을 가진 제작사와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지식재산(IP) 펀드' 2000억 원,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해외 방송사 등에 판매될 콘텐츠에 투자하는 '수출 펀드' 2000억 원을 먼저 조성한다. 이 두 펀드는 제작사가 자기 콘텐츠를 직접 소유하고, 이를 다시 팔아 수익을 내는 구조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춘다.
또한 공연·영상·게임 등에서 쓰이는 새로운 기술, 음악·출판·캐릭터·공연 분야의 핵심 기술과 창작시설에 투자하는 '문화기술(CT) 펀드' 1000억 원을 새로 만든다. 이 펀드는 문체부 연구개발 과제 등을 통해 나온 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쓰이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이와 함께 성장 가능성이 큰 신성장 분야와 창업 초기 콘텐츠 기업을 집중 지원하는 '콘텐츠 신성장 펀드' 750억 원, 문화기업 인수합병과 기존 발행 주식을 사들이는 '인수합병(M&A)·세컨더리 펀드' 750억 원도 조성된다. 이를 통해 게임·웹툰 등 미래 유망 분야를 키우고, 잘 크고 있는 기업이 다른 회사를 사들이며 몸집을 키울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영화계정에는 정부 돈 490억 원이 들어간다. 나머지는 민간이 채워 총 818억 원 규모로 자펀드를 만든다. 정부는 최근 한국 영화산업이 관객 감소, 투자 위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영화계정에서는 정부 출자 비율을 기존 50%에서 60%로 올렸다. 그만큼 정부가 더 많은 위험을 떠안고, 투자 속도를 높이겠다는 뜻이다.
영화계정은 3가지 펀드로 나뉜다. 한국영화 프로젝트에 가장 큰 비중으로 투자하는 '한국영화 메인투자 펀드'에 567억 원을 배정한다. 이 펀드는 제작사가 영화 지식재산을 직접 갖고, 여러 작품을 꾸준히 만들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둔다.
둘째, 순제작비 30억 원 이하인 중·저예산 한국영화에 투자하는 '중·저예산 한국영화 펀드' 134억 원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꾸준히 나오도록 지원한다. 제작비가 많지 않은 영화도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게 투자 바닥을 넓히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관련 중소기업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애니메이션 전문 펀드' 117억 원도 조성한다. 이 펀드는 극장용 한국 애니메이션과 인기 웹툰·캐릭터 등 우수한 원천 지식재산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제작을 뒷받침한다.
정부는 정책펀드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정부 돈뿐 아니라 민간 자본이 함께 들어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민간 출자자에게 주는 '보호장치'와 '이익 배분' 규칙도 다듬는다.
먼저 투자가 실패했을 때 민간이 먼저 입는 손실을 줄이는 '우선 손실충당' 비율을 15%에서 20%로 올린다. 쉽게 말해, 손실이 났을 때 정부가 한층 더 앞에서 막아 주겠다는 뜻이다. 또 수익이 나면 정부 지분 일부를 미리 정한 조건으로 살 수 있게 하는 '콜옵션'과, 투자 이익을 민간에 더 많이 나눠 주는 '초과수익 이전' 비율도 30%에서 40%로 높인다.
이렇게 규칙을 바꾸면 민간 입장에서는 위험은 조금 줄고, 잘됐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커지게 된다. 문체부는 이를 통해 콘텐츠 산업에 민간 자본이 더 많이 들어오고, 정책펀드가 시장에 돈을 빠르게 풀어 주는 구조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케이-콘텐츠' 정책펀드에 대한 운용사 제안서는 오는 26일 오후 2시까지 온라인으로 받는다. 이후 심사를 거쳐 4월에 최종 운용사를 뽑아 발표할 계획이다. 자세한 공고 내용과 신청 방법은 한국벤처투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성환 문화산업정책관은 "케이-컬처 300조 원 시대를 위해서는 콘텐츠 산업에 꾸준히 돈이 공급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2026년 콘텐츠 정책펀드는 성장 가능성이 큰 새 분야부터 투자금을 회수하는 시장까지 넓게 챙겨, 콘텐츠 기업이 안정적으로 크고 케이-콘텐츠가 세계에서 더 강한 경쟁력을 갖추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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