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교부 중·고등학생 머리 교복 자율화 방안 발표 [김정한의 역사&오늘]

1982년 1월 4일

1958년 일본식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이 인도네시아 파병요청 궐기대회를 벌이고 있다. (국가기록원 제공) 2014.2.13/뉴스1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82년 1월 4일, 문교부(현 교육부)가 중·고등학생의 두발과 교복을 단계적으로 자율화하는 파격적인 방안을 발표했다. 이 조치는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진 억압적이고 획일적인 학교 문화에 균열을 내며 청소년의 문화으 근간을 변화시킨 사건이었다.

이는 전두환 정부가 추진한 이른바 '학원 자율화'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12·12 군사 반란과 5·18 민주화 운동 무력 진압으로 집권한 제5공화국은 민심 이반을 막고 정권의 도덕적 결함을 희석하기 위한 유화책이 절실했다.

정부는 삭발과 제복이라는 통제에서 학생들을 해방함으로써 불만을 잠재우고, 개방적이고 근대적인 정부 이미지를 구축하려 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유치를 앞두고 국제사회에 한국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홍보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발표에 따라 1982년 신학기부터 두발 자율화가 시행됐다. 남학생의 삭발과 여학생의 귀밑 단발 규정이 사라졌고, 1983년부터는 신입생을 시작으로 교복 자율화가 단계적으로 도입되었다. 수십 년간 전국을 뒤덮었던 '일본식 교복' 대신 사복을 입은 학생들이 교정을 채우며 개인의 개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자율화는 패션 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며 청소년을 새로운 소비 주체로 등장시켰다. 그러나 가정 형편에 따른 의복 차이로 인한 위화감 조성, 청소년 비행 증가, 학부모의 가계 부담 가중 등 부작용도 뒤따랐다. 이에 1986년 학교장 재량에 따른 '교복 자율화 보완 조치'가 내려졌다. 90년대 초 대다수 학교는 각 학교의 개성을 살린 현대식 교복을 다시 채택했다.

두발과 교복 자율화 조치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결정이었지만, 한국 사회가 권위주의적 집단주의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율을 고민하게 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하지만, 애당초 두발과 교복조차 각 학교가 자유롭게 결정하지 못했던 한국 교육계의 전근대적 구조적 모순을 감추고 있었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