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 언론 통폐합 조치 단행 [김정한의 역사&오늘]
1980년 11월 14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80년 11월 14일,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이 대규모 언론 통폐합 조치를 전격 단행했다. 이 조치는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운동을 무력 진압하고 권력을 장악한 신군부가 언론 길들이기와 정권 안정화를 목적으로 치밀하게 계획하고 실행한 공작이었다.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산하 언론대책반이 작업을 주도했다. 조치의 핵심은 언론사의 강제 통폐합 및 해체, 그리고 언론인 대량 해직이었다. 신문사의 경우, 지방의 신문 발행 체제는 '1도 1사' 체제로 강제 개편했다. 서울서 발행되던 경제지, 영자지, 스포츠지 등은 모회사나 특정 신문사에 흡수·통합되거나 아예 폐간됐다.
방송사 역시 철저히 장악됐다. 동양방송(TBC)과 동아방송(DBS) 등 민간 방송국은 한국방송공사(KBS)로 강제 통합됐다. 민영 방송을 완전히 제거하고 국가 주도의 방송 체제를 확립하려는 의도였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언론인이 강제 해직됐다. 신군부는 '언론인 자정결의'라는 명분하에 수백 명에 달하는 기자, PD, 아나운서 등을 강제로 언론계를 떠나게 했다. 이는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저항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들을 사전에 제거해 남은 언론인들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목적이었다.
이 언론 통폐합은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를 말살한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신군부는 이 조치를 통해 비판적인 여론 형성을 원천 봉쇄하고, 자신들의 정당성을 확보하며 정권 이데올로기를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독점적 통로를 확보했다.
이후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거쳐 언론 자유가 되찾아지기까지, 이 시기는 한국 언론 역사에서 암흑기로 기록된다. 언론의 민주적 감시견 역할은 실종됐다. 이 조치는 신군부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남아 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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