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북한 아웅산 묘소 테러에 단교 선언 [김정한의 역사&오늘]

1983년 11월 4일

아웅산 테러 희생자 묘소 참배 ⓒ 뉴스1 DB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83년 11월 4일, 미얀마(당시 버마) 정부가 북한과의 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이는 한 달 전인 10월 9일, 아웅산 묘소에서 발생한 북한 공작원의 폭탄 테러 사건에 대한 강력한 응징 조치였다.

사건 당일, 전두환 대통령의 서남아시아 순방 첫 방문지였던 아웅산 묘소에 대통령 도착 직전 강력한 폭탄이 터졌다. 이 테러로 서석준 경제부총리, 이범석 외무부 장관 등 대통령 공식 수행원 17명이 현장에서 사망했고, 현지 미얀마인 4명도 목숨을 잃었다. 대한민국 행정부의 최고위 관료들이 한꺼번에 희생된 초유의 국가적 참사였다.

미얀마 정부는 사건 발생 직후 수사에 착수, 현장에서 체포된 북한 인민군 정찰국 소속 공작원 강민철과 진모의 자백을 통해 테러의 배후가 북한 정권임을 확인했다.

테러가 발생한 아웅산 묘소는 미얀마의 독립 영웅이자 국부로 추앙받는 아웅산 장군이 안치된 곳이었다. 미얀마 정부는 이 사건을 주권 국가의 원수를 노린 국가 테러일 뿐 아니라, 자국 국부를 모신 성지에서의 신성 모독 행위로 간주하며 극도의 분노를 표출했다.

미얀마 정부는 북한의 만행에 대한 강력한 응징으로, 긴급 각료회의를 열고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전격 단절했다. 또한 북한에 대한 국가 승인까지 취소하는 초강경 조치를 취하고, 랑군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들에게 48시간 이내 국외 퇴거를 명령했다. 1975년부터 유지해 온 양국 관계는 완전히 파국을 맞았다.

미얀마의 단호한 결정은 국제 사회에 북한의 테러 행위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비동맹 국가를 포함한 전 세계 60여 개국이 북한 규탄 성명에 동참했다. 코스타리카, 사모아 등 일부 국가들은 미얀마의 선례를 따라 북한과 단교하거나 외교 관계를 축소했다. 미얀마와 북한은 이후 24년 동안 단절된 채 지내다가 2007년 4월에야 관계를 복원했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