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가왕의 고음 vs 국감의 고성

길혜성 연예부 문화부 겸임 부장 ⓒ News1

(서울=뉴스1) 길혜성 연예부 문화부 겸임 부장

"목소리는 노래 안 하면 늙는다. 그래서 단단하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 무대 올라가기 전 정말 빡세게 연습한다."

만 75세 '가왕' 조용필은 최근 KBS 2TV에서 방송된 특집 콘서트로 대중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

빼어난 보컬리스트이자 기타 연주자, 여기에 작곡에도 능한 조용필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여전히 독보적 존재다. 오랜 기간 가요계 정상을 지켰고 록, 발라드, 트로트 등 각종 장르에서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킨 조용필. 그에게 '가왕'(歌王)이란 호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조용필이 '가왕'인 이유가 또 하나 있다. '고희'(古稀)의 나이 및 가요계 데뷔 50년을 훌쩍 넘겼음에도, 마치 신인처럼 음악을 진지하게 대한다는 점이다.

조용필은 지금도 노래 연습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 팬들에 좋은 목소리로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서다. 조용필은 계속된 노력을 통해 만 75세의 나이에도 '창밖의 여자' '촛불' '단발머리' '미지의 세계' '모나리자' 등의 '고음'(高音)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제 일생엔 음악밖에 아는 게 없다. 무대에서 죽는 게 로망이다. 노래하다 죽는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나, 제 꿈이다."

노래에 대한 열정은 물론 인생의 겸손까지 갖춘 조용필이기에, 그의 '고음'은 감동을 더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국민에게 감동은커녕 스트레스를 주는 '고성'(高聲)도 들려왔다. 다름 아닌 '2025년 국정감사'에 나섰던 국회의원들의 목소리였다.

특히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크고 높은 목소리는 듣기 민망하기까지 했다. 상대에 대한 비하는 다반사였고, 심지어 욕설까지 등장했다.

의원들 사이에 존중과 겸손을 찾기는 힘들었고, 자신들을 국회에 입성시킨 국민도 안중에 없는 모습이었다. 국정감사에서 상대 비하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전문성 역시 발견하기 어려웠다.

큰 목소리로 감동을 준 '가왕'과 실망을 안긴 '국감'과 '의원들'. 올가을, 너무도 다르게 다가왔던 '고음'과 '고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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