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故오요안나에 명예사원증 전달하고 대국민사과…母 오열(종합)

15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MBC 상암사옥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안형준 MBC 사장의 기자회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씨의 어머니 장연미씨가 명예사원증을 받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5.10.1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15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MBC 상암사옥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안형준 MBC 사장의 기자회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씨의 어머니 장연미씨가 명예사원증을 받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5.10.1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MBC가 고(故) 오요안나 유족과 합의 내용을 발표하고 고인의 명예사원증을 모친에게 전달했다. 이에 오요안나의 모친은 오열했다. 이후 방송사는 재발 방지와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암로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MBC-고 오요안나 유족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안형준 MBC 사장과 고 오요안나의 어머니 장연미 씨가 합의서에 서명을 하고 함께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고 오요안나의 명예 사원증이 전달됐다. 장연미 씨는 명예 사원증을 받고 오열했다.

안형준 MBC 사장이 15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MBC 상암사옥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MBC-고 오요안나 유족 기자회견에서 사과의 뜻을 전하고 있다. ⓒ News1 박정호 기자

이날 안 사장은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안 사장은 "먼저 꽃다운 나이에 이른 영면에 든 故 오요안나 씨의 명복을 빈다, 헤아리기 힘든 슬픔 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오신 고인의 어머님을 비롯한 유족께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의 이 합의는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없어야 한다는 문화방송의 다짐"이라며 "MBC는 지난 4월, 상생협력담당관 직제를 신설해 프리랜서를 비롯해 MBC에서 일하는 모든 분의 고충과 갈등 문제를 전담할 창구를 마련했고,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대우 등의 비위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도 수시로 시행하고 있다"라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전했다. 또한 "책임 있는 공영방송사로서, 문화방송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 그리고 더 나은 일터를 만들어 가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씨의 어머니 장연미 씨가 15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MBC 상암사옥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MBC-고 오요안나 유족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10.1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이후 장 씨도 입장을 밝혔다. 장 씨는 "많은 분의 응원과 염려, 도움 덕에 합의에 이르렀다, 함께해주신 분들 감사하다"라며 "광장에 딸 분향소에서 28일간 단식 농성을 이어간 일이 벌써 꿈 같고 이제 합의문에 서명하기 위해 MBC에 온 것도 실감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요안나는 MBC에 다니고 싶어 했다, 입사해 하루하루 열심히 방송 일을 했다"라며 "세상을 떠나는 날 내 삶의 이유를 잃었다, 하늘이 무너지고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MBC에 대한 분노가 가슴 깊이 남았다, 뒤늦게 딸이 남긴 흔적을 통해 이야기를 알게 됐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라며 "우여곡절 끝에 안나처럼 많은 고통을 받는 무늬만 프리랜서인 방송 비정규직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분들이 안나를 위해 천도재를 지내주시는 걸 보고 결론이 어떻게 나든 이 사람들과 싸워봐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장 씨는 "고인의 죽음과 연관된 기상캐스터 정규직 요구를 의아해하는 분들도 계셨다, 정말 힘들게 일하면서 프리랜서 계약서를 썼다는 이유로 고통을 받는 젊은이들이 있다, 단순히 개인의 싸움이 아니다, 우리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거 알게 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게 됐다, 그게 제2의 오요안나를 막는 길"이라며 "회사가 발표한 기상기후 전문가 도입과 기상캐스터 폐지가 어떻게 실현되는지 지켜보겠다, 새 제도 도입으로 기존 기상캐스터의 일자리를 빼앗길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도 개선 약속은 그 무게가 무겁고 방송사 전체에 미칠 영향이 엄청나게 크다는 걸 안다, 알맹이 없는 선언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오요안나와 함께 개선되는 걸 지켜볼 것"이라며 "방송 비정규직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라고 전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씨의 어머니 장연미 씨가 15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MBC 상암사옥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MBC-고 오요안나 유족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명예 사원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5.10.1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이후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합의 당시 MBC 내부에서 반발이 높아 '구성원들이 이렇게 반발할 수 있나' 싶었다, 이 벽을 어떻게 넘을까 했는데 MBC의 기획본부장, 경영본부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다"라면서도 "어머님이 28일 곡기를 끊어야 합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슬프다"라고 말했다. 이어 "합의안도 사실 부족하지만 이 합의가 다른 프리랜서 비정규직에 작은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물꼬라도 트자는 마음으로 어머니가 부족한 합의안을 받아주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비정규직 백화점'으로 불리는 방송사 고용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한편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2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고, 해당 비보는 같은 해 12월에 뒤늦게 알려졌다. 이후 올해 1월 동료 기상캐스터 2명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고인의 유서 내용이 공개되면서, 오요안나의 사망 배경에 동료들의 집단 괴롭힘이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5월 19일 고용노동부는 MBC를 대상으로 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 오요안나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만 오요안나가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MBC 관계자들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이에 MBC는 "관련자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라고 전했고, 그 후 기상캐스터 1명과 계약 해지했다.

오요안나의 1주기를 앞둔 9월 8일 유족과 시민단체들은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입장 표명, 명예 회복과 예우, 비정규직 고용구조 및 노동조건 개선, MBC 자체 진상조사 결과 공개 등을 요구했고 오요안나 어머니 장연미 씨는 단식 농성에 나섰다.

이후 장연미 씨는 이달 5일 MBC와 잠정 합의했다. MBC는 고인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또 오요안나를 추모하는 공간을 내년 9월 15일까지 본사에 마련하고, 기존 기상캐스터 직무를 폐지하고 정규 직무인 기상기후전문가로 전환하기로 유족과 합의했다.

breeze5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