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호, 韓 최초 제약사 '동화약방' 창립[김정한의 역사&오늘]

1897년 9월 25일

동화약품 로고 (동화약품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897년 9월 25일, 궁중 선전관으로 일하던 민병호가 동화약방(東和藥房)을 창업했다. 한국 현대 제약 산업의 첫걸음을 내디딘 순간이자 한국 최초의 기업(동화약품)이 탄생한 날이다.

당시 조선은 서양 의약품이 도입되면서 혼란을 겪고 있었다. 대부분의 의약품은 중국이나 일본에서 들여오거나, 민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비방에 의존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동화약방의 탄생은 단순한 상점의 개업을 넘어, 자주적 의약품 제조라는 큰 의미를 지닌다.

민병호는 창업과 함께 한국 최초의 신약이라고 불리는 '활명수'(活命水)를 개발했다.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는 뜻의 활명수는 궁중에서 전해져 내려온 비방에 서양 의학 지식을 접목해 만든 소화제였다. 이 약은 당시 만연했던 급체와 소화 불량 등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던 백성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주었다.

활명수는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동화약방의 성장을 이끌었고, 그 수익금은 독립운동 자금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는 민족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독립의 염원을 실현하려는 창업 정신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화약방은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라는 격동의 시기를 거치며, 제약사를 넘어 민족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굳건히 지켜냈다. 특히 활명수 병 속에 독립운동 비밀 연락망을 숨겨 운반하는 등 독립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는 사실은 동화약방이 단순한 상업적 이익을 넘어선 가치를 추구했음을 증명한다.

오늘날 동화약품(구 동화약방)은 12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장수 기업이 됐다. 이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끊임없이 혁신하고,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병호의 창업 정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동화약방의 역사는 곧 한국 근현대 제약 산업의 역사이며, 민족의 고난과 함께 성장한 자랑스러운 기록이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