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창설…세계 에너지 판도를 바꾸다 [김정한의 역사&오늘]
1960년 9월 14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60년 9월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이란, 쿠웨이트, 베네수엘라 등 5개 주요 산유국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창설했다.
OPEC 결성의 주된 배경은 서방 기업들인 이른바 '세븐 시스터즈'의 횡포였다. 20세기 초부터 이들 서방 기업은 중동 지역의 석유 개발권을 독점하며 석유 생산량과 가격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1950년대 후반, 산유국과의 협의 없이 유가를 인하하면서 산유국들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베네수엘라의 후안 파블로 페레스 알폰소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타리키가 주도적으로 나서 산유국들의 공동 대응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들의 노력은 이라크 정부의 지원을 받아 바그다드 회의로 이어졌고, 마침내 OPEC이 탄생했다. OPEC의 창립 목표는 '회원국들의 석유 정책을 조율하고 통일함으로써 국제 석유 시장의 안정과 합리적인 가격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결성 초기 OPEC의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OPEC은 1960년대 내내 회원국 간의 협력을 강화하며 세력을 확장했다. 이들은 석유 기업들과의 협상을 통해 로열티를 인상하고, 점진적으로 석유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며 서방 기업들과의 힘의 균형을 맞추기 시작했다.
OPEC의 진정한 힘은 1970년대에 드러났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발발 후, OPEC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서방 국가들에 대한 석유 수출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이는 국제 유가를 폭등시켜 제1차 오일 쇼크라 불리는 사태를 초래했다. 이 사건을 통해 OPEC은 석유 시장의 가격 결정권을 완전히 장악하며 세계 경제의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OPEC의 결성은 단순히 석유 시장의 변화를 넘어, 제3세계 국가들이 서방의 경제적 지배에 맞서 자주권을 확립한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오늘날 OPEC은 세계 석유 시장의 핵심 주체로서 그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acenes@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