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철학자·수필가 미셸 드 몽테뉴 사망 [김정한의 역사&오늘]
1592년 9월 13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592년 9월 13일, 16세기 프랑스 르네상스 시대의 철학자이자 수필가 미셸 드 몽테뉴가 생을 마감했다. '에세이'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를 창안하고 '수상록'(Les Essais)을 통해 근대적 자아 성찰의 기틀을 마련했던 인물이었다.
1533년 2월 28일 프랑스 보르도 인근에서 태어난 몽테뉴는 법학을 전공한 후 보르도 고등법원에서 판사로 근무하며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 시기 그는 에티엔 드 라 보에티라는 절친한 친구를 만나 깊은 우정을 나누었지만,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큰 충격을 받고 이후 공직에서 은퇴해 사색의 삶으로 돌아갔다.
1571년 몽테뉴는 영지의 탑에 은둔하며 본격적인 집필 활동에 몰두했다. 당시 프랑스는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종교 전쟁으로 혼란스러웠고, 이는 몽테뉴에게 깊은 불안감을 안겨줬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그는 오직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내면의 여행을 시작했다.
그의 대표작 '수상록'은 이 시기 1572~1588년에 완성됐다. 이 책은 '시도하다', '시험하다'라는 뜻의 프랑스어 'essai'에서 따온 제목처럼, 특정한 결론을 내리기보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탐구하는 과정 자체를 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생각과 경험, 습관, 심지어 신체적 특징까지 솔직하게 기록했다.
'수상록'은 당시의 엄격한 철학 체계나 종교적 교훈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진리를 의심하고, 인간의 오만함과 무지를 지적했다. 몽테뉴는 인간은 불완전하고 가변적인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몽테뉴는 훗날 장 자크 루소와 블레즈 파스칼 등 계몽주의 사상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는 자기 내면을 탐구하는 근대적 자아의 개념을 확립했으며, 문학의 범위를 확장해 개인의 사적인 생각과 감정을 중요한 주제로 끌어올렸다. 수상록은 인간의 존엄성과 지혜를 탐구하는 영원한 고전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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