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화의 상징이자 일제 침략의 발판이 된 철도" [김정한의 역사&오늘]

1901년 8월 20일, 경부선 기공식

경부선 기공식 (출처: No known restrictions on publication., 1901,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01년 8월 20일, 서울 영등포에서 경부선 철도 기공식이 열렸다. 경인선에 이어 한반도의 남북을 잇는 이 거대한 철도 건설은 당시 대한제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근대화와 교통 혁명의 상징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그 배후에는 대한제국을 집어삼키려는 일본의 야욕이 숨겨져 있었다.

1894년 청일전쟁 발발 이후 일본은 '한일잠정합동조관'을 통해 경부선 철도 부설권을 확보하려 했다. 마침내 1898년 '경부철도합동조약'으로 일본 자본의 회사인 경부철도주식회사에 강압적으로 철도 부설권을 넘겼다. 일본은 철도 건설을 통해 군사적, 경제적 침략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다.

러일전쟁이 임박하면서 일본은 경부선 완공을 서둘렀다. 공사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기 위해 조선인 노동자들을 강제 동원했다. 일본인 노동자에게는 하루 1원 30전이 지급된 반면, 조선인 노동자는 20전이라는 턱없이 낮은 임금을 받았다. 심지어 현금 수송의 어려움을 핑계로 지급된 환전증표나 군용수표는 시간이 지나 휴지 조각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조선인들의 저항도 거셌다. 서울 남대문 정거장 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가옥과 분묘 철거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였다. 의병들은 철도 역사를 불태우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다. 하지만 이들의 저항은 일본의 무력 앞에 좌절됐다.

경부선은 1904년 12월 27일 완공돼 1905년 1월 1일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이 철도는 한반도 주요 도시들을 연결하며 물류와 인적 교류를 활성화하는 근대 문명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일본이 대한제국을 식민지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침략의 도구가 됐다.

경부선 기공식은 대한제국에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안겨준 사건이었다. 오늘날 경부선은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증언하는 동시에, 현재 대한민국의 대동맥으로서 새로운 시대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