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우리의 삶과 어떻게 대화할까…'문화소통포럼 CCF 2022'
공간의 진화와 미래를 변화를 가늠하는 '열띤 토론'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대표 최정화)이 25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제13회 문화소통포럼 CCF 2022'를 개최했다.
'공간과 문화소통'을 주제로 다룬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문화 소통계의 리더들이 온-오프 하이브리드 토론회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사는 도시 공간이 우리 삶의 방식을 어떻게 결정하며 개인은 물론 공동체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세계적 석학 기 소르망 전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교수가 기조발표를 맡았다. 발표자로는 코르뷔지에의 연구를 계승한 장 루이 코헨 건축 비평가, '공간'을 핫이슈로 만든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겸 스페이스컨설팅그룹 대표, 멜버른 예술문화지구협의회 카트리나 세즈윅 감독, 한국에서 활동 중인 프랑스 명품 건축가 다비드 피에르 잘리콩 DPJ 파트너스 아키텍처 대표 등이 나섰다.
또한, 언어 데이터 플랫폼 기업 플리토 이정수 대표,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 빛의 시어터 박진우 대표, 필립 터너 뉴질랜드대사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소르망 전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건축물이 공간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며 자연을 되살린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서울시청 신청사는 역사적 의미를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서울의 모습을 표현하는 독창성이 있으며 투명한 벽면이 주는 민주주의에 대한 상징성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고 극찬했다.
반면에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는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건물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편,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대해서는 대부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통령 집무실이 수도 정중앙에 있다고 언급하며 용산구의 지리적 이점을 설명했다.
장 루이 코헨 건축 비평가는 "공간은 사람들간의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며, 서로의 다양성을 발견하게 해주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공간의 소멸을 예상했으나 오히려 공간으로의 회귀를 볼 수 있다"며 "오프라인 공간의 중요성과 더불어 문화생활과 소통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겸 스페이스컨설팅그룹 대표는 지구라트 신전, 그리스의 원형 극장, 로마의 원형 경기장을 예로 들며 역사의 흐름 속에서 시민들의 시선의 위치와 권력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설명했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는 매스미디어나 소셜미디어(SNS)가 공감대를 형성하기보다는 개인을 파편화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온라인에서는 권력을 분산하거나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가 어렵다"며 "따라서 몸을 통한 실제 경험이 이루어지는 공간의 중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트리나 세즈윅 멜버른 예술문회지구협의회 회장은 호주 역사상 최대 규모인 17억 호주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는 멜버른 예술문화지구 변화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는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이며 지속가능한 폐기물과 하수 처리 시스템으로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즈윅 대표는 지역 구성원 중 일부의 반발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는냐는 질문에 이번 프로젝트가 지역 주민은 물론 상인, 예술 기관, 기업들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점을 설득하고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시하는 등의 노력으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다비드 피에르 잘리콩 DPJ 파트너스 아키텍처 대표는 자신의 건축물을 소개하며 아시아 건축의 형태는 기호와 상징, 풍수지리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건축물에 담긴 가치와 철학을 이해하려면 바로 그러한 기호와 상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잘리콩 대표는 한국의 대표적인 장소로 '종묘'를 추천했다. 그에 따르면 종묘제례가 행해지는 종묘는 반복과 새로움이라는 불규칙하면서도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담고 있는 곳이라며, 이는 기독교 바탕에 대칭적인 미가 강조되는 서양의 스타일과 구분된다고 강조했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디지털화 진행으로 공간과 소통 방식이 변화했지만, 정작 소통의 매개인 '언어'는 그대로라고 지적하며 번역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언어 문제의 해결 여부가 메타버스 환경의 가속화냐 오프라인 공간으로 회귀냐를 결정할 것이며, 앞으로의 상황은 예측불허라고 진단했다.
필립 터너 뉴질랜드 대사는 인구밀도가 낮은 뉴질랜드에서는 사람들이 집안 활동을 선호하는 반면, 한국인들은 밖에서 소통하고 활동하기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차이가 공간 개념에 대한 차이도 만들며, 무한 공간의 메타버스 세계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에 궁금증을 표했다.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는 누구나, 언제든지 드나들 수 있는 문화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최근 도시의 문화 공간은 비용이 들거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한데, 단순 방문이 목적이 아닌 거주지 근처에서 문화생활과 소통을 즐길 수 있는 도시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진우 티모넷 대표는 서울과 제주도에서 각각 디지털 아트 센터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방문객들의 공간에 대한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고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미술관에서 벗어나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힐링 감각을 느끼고, 이 감각에 몰입함으로써 온전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 이후 최정화 CICI 대표의 사회로 발표자와 패널들은 서로의 발표 내용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통해 공간의 진화와 미래를 변화를 더욱 심도 있게 다루며 가늠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 참석자 각자가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과 전망은 다양했지만, 사람과 사람을 직접 이어주고 물리적 체험으로 경험을 공유하게 하는 오프라인 공간의 오랜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고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문화소통포럼 CCF'는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서울 개최 당시 문화계 리더들을 초청해 실시한 C20 문화정상회의를 계기로, 2011년부터 매년 7~8월 정례적으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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