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편의 오디오파일] 英매체 선정 '최고의 헤드폰 톱10'

필자의 주력 헤드폰인 젠하이저 ‘모멘텀’(왼쪽)과 AKG ‘K845BT’
필자의 주력 헤드폰인 젠하이저 ‘모멘텀’(왼쪽)과 AKG ‘K845BT’

(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 '지금이라면 그 때 그 물건은 안샀을 것이다' 또는 '그 때 그 물건은 반드시 샀어야 했다'.

살면서 이런 생각 한두번쯤 다 해보셨을 것이다. 지금 갖고 있는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 노하우가 그 때 있었더라면 그 물건은 안샀거나 샀을 것이라는 후회다. 헤드폰/이어폰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의 오디오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번들 이어폰에서 벗어나 좀더 고가의 헤드폰/이어폰으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모양만 보고, 혹은 마케팅으로 변질된 인터넷 입소문만 믿고 덜컥 샀다가 음질과 만듦새에 실망한 분들, 많으실 것이다.

최근 영국의 트러스티드 리뷰(Trusted Reviews)가 ‘최고의 헤드폰 톱10’을 선정, 발표했다. ‘트러스티드 리뷰’는 영국의 신뢰도 높은 가전-IT 제품 평가 전문지로, 이 매체가 매년 말 혁신적인 가전-IT 제품 30여개를 부문별로 선정해 수여하는 ‘트러스티드 리뷰 어워드’는 영예를 안은 브랜드들이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홈페이지 대문에 올릴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필자가 트러스티드 리뷰의 이번 ‘최고의 헤드폰 톱10’(헤드폰 7개, 이어폰 3개)에 주목하는 것은 선정 제품 거의 모두가 헤드폰/이어폰 애호가들 사이에서 이미 검증이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는 제품들이기 때문. 특정 업체의 주문이나 광고를 담보로 한 기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헤드폰/이어폰을 이제 막 구매하려 하거나 기존 제품을 버리고 새 제품으로 갈아타려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러스티드 리뷰 선정 ‘헤드폰 톱10’ 중 4개 제품.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Y50, 모멘텀 2.0, MDR-1000XM2, HD800

AKG ‘Y50’ = 이번 리스트 최상단을 차지한 96달러짜리(이하 아마존 구매가 기준) 헤드폰.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멋진 디자인, 흠잡을 데 없는 만듦새, 그리고 무엇보다 섬세한 사운드와 편안한 착용감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과장된 저역은 좀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 오스트리아의 헤드폰/이어폰 제작사 AKG는 지난 2016년말 삼성이 인수해 화제를 모은 하만그룹의 계열사 중 한 곳이다. 블루투스 버전(AKG Y50BT)도 있다.

젠하이저(Sennheiser) ‘모멘텀(Momentum) 2.0’ = 필자가 애용하는 ‘모멘텀’에서 가격을 좀더 낮춘 차세대 버전. 트러스티드 리뷰는 “가장 인기있는 헤드폰 중 하나”라며 “포터블과 하이엔드 스타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사운드를 들려준다”고 평했다. 잘 생긴 외모도 한몫했다는 평가. 다만 외관상 오리지널 모델에 비해 정교한 이미지는 떨어진다는 쓴소리도 덧붙였다. 249달러.

소니(Sony) ‘MDR-1000XM2’ = 트러스티드 리뷰가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의 지존’으로 일컬어지던 보스(Bose) 제품을 제끼고 강력 추천한 무선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외부 소음을 없애주는 실력은 보스와 엇비슷하지만 사운드가 보다 다이내믹하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싼 가격은 아니지만(349달러)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는, 제작사 입장에서는 더할나위없는 찬사까지 얻었다.

젠하이저(Sennheiser) HD800 =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하이엔드 헤드폰’의 대명사가 된 제품. 가격은 역시 세다(1090달러). 트러스티드 리뷰는 “엄청난 사운드(massive-sounding)를 들려주는 헤드폰”이라며 “특히 연주의 디테일은 헤드폰으로 들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고역이 다소 쨍하고 날카로워 편안한 고역을 원하는 유저들에게는 맞지 않을 것이라는 냉정한 평가도 보탰다.

이밖에 사운드매직(Soundmagic) ‘E50’(47달러. 이어폰), 오디오테크니카(Audio-Technica) ‘ATH-M50x’(149달러. 헤드폰), 그라도(Grado) ‘SR80e’(99달러. 헤드폰), 슈어(Shure) ‘SE425’(269달러. 이어폰), B&W ‘P9 시그니처’(Signature. 799달러. 헤드폰), 노블오디오(Noble Audio) ‘Katana’(이어폰)도 포함됐다. 대부분 국내 유저들이 수없이 극찬한 모델들이다.

필자 추천 헤드폰 톱3.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LCD-3, HD800, 유토피아

필자가 추천하는 사운드 끝판왕 헤드폰 톱3

필자의 경우 수많은 시행착오와 좌충우돌을 거쳐 현재 2종의 헤드폰을 주력으로 쓰고 있다. 2013년에 구입한 젠하이저의 ‘모멘텀’(Momentum) 오리지널 모델과 2014년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은 AKG의 무선 헤드폰 ‘K845BT‘다. ‘모멘텀’은 다소 심심하지만 모니터적이며 정교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K845BT‘는 블루투스라는 간편함과 젠하이저에 비해 좀더 맛깔스러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두 제품 모두 헤드폰에다가 밀폐형 구조라 귓구멍에 밀착시키는 이어폰이 주는 건강상의 염려도 없고, 개방형 헤드폰(드라이버가 장착된 이어컵 바깥쪽이 뚫린 헤드폰)의 최대 단점인 ‘새어나간 소리로 남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민폐 캐릭터도 없다.

그러면 음질만을 놓고 봤을 때 역대 최고의 헤드폰은? 필자가 지금까지 들어본 제품 중에서 오로지 ‘음질’만을 기준으로 꼽아본 ‘톱3’는 트러스티드 리뷰에서도 선정한 젠하이저 ‘HD800’를 비롯해, 스피커만 만들던 포칼(Focal)이 2016년에 내놓은 플래그십 헤드폰 ‘유토피아(Utopia)’, 그리고 미국 평판형 헤드폰의 지존 오디지(Audeze)의 넘버2 모델 ‘LCD-3’다. 꼽다 보니 모두 개방형 헤드폰이다.

‘HD800’은 모든 주파수대역에서 플랫한 응답특성과 극도의 해상력이 돋보이고, ‘유토피아’는 스피커로 듣는 듯한 극강의 사운드스테이지와 홀로그래픽 이미지가 장점이다. ’LCD-3’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사운드 디테일이 독보적이지만 마그넷이 큰 평판형 헤드폰 구조상 무거운 무게(548g)는 어쩔 도리가 없다. 만약 ‘그때 그 순간’에 이 제품들이 있었고 이러한 경험치를 미리 알고 있었다면, 필자는 ‘LCD-3’, ‘HD800’ 순으로 구매할 것 같다. ‘유토피아’는 그때나 지금이나 구매하기에는 너무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