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 장보고 시대 바다 선박 첫 확인…8세기 '영흥도선'(종합)

문화재청 "해양 발굴 고선박 중 최고(最古)"…황칠 든 도기, 철제 솥, 동제 용기 등과 함께 발굴

영흥도선 잔존 선체.(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 News1

(서울=뉴스1) 염지은 기자 = 통일신라시기 동북아 해상무역을 재패했던 해상왕 장보고(?~846) 때의 바다 선박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소재구)는 19일 서울 세종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2012~2013년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 섬업벌 해역(영흥도~자월도 사이) 수중 발굴조사에서 발견된 고선박 '영흥도선'이 경주 안압지선과 유사한 통일신라 시대 배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영흥도선은 지금까지 해양에서 발굴된 고선박 12척 중 시기가 가장 앞선 통일신라 시대 선박으로 확인돼 우리나라 해양사와 선박사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로 평가된다. 육상에서 발굴된 신석기시대 선박 3척은 강에서 사용된 것이다.

영흥도선의 잔존 선체는 길이 약 6m, 폭 1.4m의 3단으로 철제 솥과 도기 등에 의해 눌려 있던 선체의 상단 부분이다. 얽힌 결구(結構) 형태로 남아 있다가 출수(出水)됐다.

영흥도선은 저판(底板)과 만곡종통재(彎曲從通材·저판과 외판을 연결하는 L자형 부재)를 연결하는 데 사용한 장삭(長槊)이 기존의 고려 시대 발굴 선박에서 저판을 관통하는 것과 달리 경주 안압지선과 유사하게 밖으로 노출돼 연결된 특징을 보여 통일신라시대 선박으로 추정됐다. 지금까지 발굴된 9척의 고려 시대 선박들과는 전혀 다른 형태다.

장삭이란 전통의 한선(韓船)에서 배의 바닥판이나 타판(舵板)을 고착하는 데 사용되는 가로로 연결하는 긴 나무못이다.

영흥도선 잔존 선체 부문별 모습.(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 News1

선체 내부에서는 도기(陶器) 6점과 철제 솥 12점, 동제 용기 1점, 사슴뿔 2점이 확인됐다. 청자는 단 1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당초 영흥도선은 고려 시대의 선박으로 추정됐으나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 결과 채취한 시료의 연대가 모두 8세기경으로 분석됐다.

또 ▲청자가 선체 내부에서 1점도 확인되지 않은 점 ▲선체 내부에 적재되었던 철제 솥의 형태 ▲도기병에 시문된 파상집선문에 나타난 고려 시대 이전의 특징 등으로 미루어 통일신라 시대의 선박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이 중 도기병 1점에서는 향기가 나는 투명한 황갈색의 내용물이 확인됐다. 이 내용물은 예전부터 최고급 도료로 사용된 황칠(黃漆)과 유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도기병의 동체부에는 고려 시대 이전에 주로 보이는 파상집선문(波狀集線文·파도 모양의 선이 여러 개 겹쳐있는 문양)이 새겨져 있다. 이 문양은 5세기 무렵부터 백제와 신라 지역의 도토기(陶土器)에서 많이 보였다가 9세기 전반 이후 점차 소멸한 것으로 알려진 문양이다. 논산 표정리, 장도 청해진, 해남 백야리 모시골 가마 등 통일신라 시대 유적에서 비슷한 문양의 유물들이 확인된 적이 있다.

12점의 철제 솥은 겹겹이 쌓아 선적된 화물의 형태로 발견됐으며 모두 다리가 없는 가마솥(釜)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양주 대모산성, 창녕 말흘리 유적, 경주 황남동 376 유적 등에서 유사한 형태의 철제 솥이 출토된 바 있다. 또 솥뚜껑은 1점도 출수되지 않았다. 고려 시대 이전에는 철제 솥뚜껑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일신라 시대의 유물임을 뒷받침한다.

영흥도선을 누르고 있던 철제 솥.(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News1
영흥도선 주변에서 출수된 도기들.(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 News1

선체 내부가 아닌 영흥도선 주변 해역에서는 청자 851점, 백자 13점, 도기 12점 등 다량의 자기가 발견됐다.

발견된 청자는 식생활용 그릇인 발, 접시, 뚜껑, 잔(통 모양) 등이며 대부분이 번조(燔造·사기그릇 따위를 구워 만드는 일)한 조질청자(粗質靑磁·저급한 청자)류로 12세기 중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됐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영흥도선 발굴은 통일신라 시기 선박의 최초 바다 수중 발굴로 장보고 시대의 실증자료를 연구할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발굴이다"며 "문화재청이 구입한 수중발굴전용선 '누리안호'를 이용한 최초의 학술적인 발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senajy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