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복날과 치킨

전호제 셰프

전호제 셰프

날이 더워진다 싶어 달력을 보니 복날이 가까워져 온다. 요즘은 복날만 특별하게 챙기는 일도 줄어들었다. 어디를 가도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곳이 예전보다는 많이 늘었다.

하지만 주방은 든든한 에어컨 냉기를 느끼긴 힘든 곳 중 하나다. 그래서 복날이 되면 직원들을 위한 특식을 주문하기도 했다. 젊은 직원 중에는 삼계탕보다는 닭튀김을 원하는 사람이 많았다. 더운 주방에서 치킨 한 조각씩 먹는 게 더 든든하기도 하고 먹기도 편하다고 한다.

복날 식문화가 바뀌고 있다

미국은 프라이드치킨을 전 세계로 퍼트린 나라이니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스타일로 만든다. 뉴욕에 있는 파인다이닝에서도 한국식 닭튀김은 인기가 많았다. 한국 특유의 문화는 예전 일하던 주방을 방문할 때 작은 음료수나 간식을 사 가곤 한다. 이때 한국식 치킨을 사 가는 경우도 많았다. 주방에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많았다.

당시는 케이팝(K-Pop)이나 한국 드라마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시절이다. 이럴 때 한국식 프라이드치킨을 알렸던 통로가 요리사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바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주방 요리사들에게 한국 음식을 알리는 방법이었다.

노랑통닭 '후라이드 치킨' 이미지. (노랑푸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주방에 한국식 치킨을 알리던 한국 학생들

미국식 치킨이 궁금해서 그레이하운드라고 불리는 미국 고속버스를 타고 여행을 해본 적이 있었다. 당시 켄터키 루이빌에 사는 친구 집을 방문했는데 그곳에 가면 KFC 본사가 있었다. 말로만 듣던, 1952년 KFC가 만들어진 곳이라고 하니 꽤 흥미로웠다. 중부에서 시작된 KFC는 압력솥에서 닭을 튀기는 방식을 사용했다. 겉은 적당하게 바삭하고 속까지 양념이 잘 들어가 있다.

이어서 뉴올리언스에 도착하니 당시 8월이라 길을 걷다 보면 숨이 턱턱 막혔다. 프렌치쿼터라는 관광지만 벗어나면 무성하게 자란 나무가 마치 열대 우림 같기도 했다. 해안은 아열대 습지가 많아 이 습한 공기는 도시 전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저녁에도 눅눅한 기운이 많아 에어컨 없이는 지내기 힘들었다. 과연 프라이드치킨은 이런 날씨와 어울릴까.

뉴올리언스는 우리가 아는 프렌차이즈 파파이스의 고향이다. 이곳 파파이스는 향신료를 섞은 케이준 양념이 특징이다. 치킨은 좀 더 바삭하게 나오고 색이 진했고 곁들이는 독특한 소스가 많다. 케이준 그래비 소스나특한 남부 핫소스처럼 매운맛을 강조했다.

미국 중남부에서 시작된 프라이드치킨

그뿐만 아니라 지나다 보면 프라이드치킨 맛집을 내건 식당들이 많았다. 할머니 때부터 내려오는 레시피로 만들어서 가업을 이어가는 간판이 기억난다. 할머니 얼굴을 크게 그린 곳도 많았다.

이곳에서 전통 방식의 튀김은 라드라고 하는 정제 돼지기름에 닭을 튀겨 먹어서 좀 더 바삭한 식감을 줬다고 한다. 튀기는 방식은 예전에는 무쇠 팬에 손가락 마디만큼 기름을 넣고 위아래를 뒤집어 가면서 익혔다.

곁들여 먹는 음식도 우리와 다르다. 비스킷이라고 하는 빵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빵이다. 그릿(Grit)이라고 하는 것은 옥수수로 만든 죽이다. 콩을 끓인 음식을 함께 하기도 하고 그레이비(Gravy)라고 하는 부드러운 소스도 곁들인다.

KFC 프라이드치킨 ⓒ AFP=뉴스1
미국인의 소울푸드로 여겨 여겨져

10여년 전 필자는 간단한 닭튀김에 너무 큰 의미를 두는 게 조금 의아했다. 우리 음식이 더 우월하다는 자존심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닭튀김만큼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좋아할 수 있는 음식도 드물다. 어느새 우리 먹거리에 프라이드치킨을 빼놓을 수 없게 됐다. 한국에 여행 온 외국 관광객도 꼭 먹고 가야 하는 음식이 됐으니 말이다.

이제는 한국문화로 녹아 들어

무덥고 습한 미국 남부에서 만들어진 프라이드치킨은 우리나라에서도 잘 정착한 셈이다. 누구나 좋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직원과 나누기도 좋다. 이제는 우리 복날의 풍경도 바꾸고 있다. 뜨끈한 치킨 한 조각이면 끈끈한 무더위도 웃으며 지낼 수 있지 않을까.

opini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