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공개 '옥렴·옥주렴'부터 태조어진 디지털 복원까지…보존과학 20년(종합)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 3일~내년 2월 1일
'보존과학실' 20년 조명…옥렴·옥주렴 '최초 공개'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 개관 20주년 특별전 'RE: 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 공개회가 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보존처리가 진행 중인 옥렴(오른쪽)과 옥주렴이 최초로 공개된다. 2025.12.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지난 20년간 박물관과 함께해 온 보존과학은 왕실과 황실 유산의 시간을 복원하고, 그 기억을 오늘의 시선 속으로 되살려냈습니다. 이는 단순히 유물의 형태를 되살리는 기술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이야기를 해석하고 전하는 학문적 여정이었습니다."

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 '리:본(RE: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 특별전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정용재 관장은 "보존과학은 시간을 이어가는 과학이자, 사라짐을 머무르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은 박물관의 숨겨진 공간인 '보존과학실'의 20년 연구 성과를 조명하고, 왕실·황실 유산이 보존과학을 통해 되살아나는(Reborn)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보존과학을 단순한 복원 기술이 아닌 문화유산의 생명을 연장하고 가치를 미래로 잇는 과정으로 조명하며, 박물관이 수행해 온 다양한 과학 기반 연구를 선보인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보존처리, 시간을 연장하다'에서는 최초로 공개되는 대한제국(추정) 유물 '옥렴'과 '옥주렴'을 비롯해 주요 보존처리 사례를 통해 문화유산의 상태를 되살리기 위한 보존과학자의 선택과 고민을 보여준다. 옥렴은 옥(구슬)으로 '희'(囍) 자와 기하학적 무늬를 표현한 발(簾)이고, 옥주렴은 청색과 무색의 유리구슬이 교차로 꿰어진 형태의 유리구슬 발이다.

보존과학 업무를 총괄하는 이현주 연구관은 "옥렴과 옥주렴 모두 구슬을 연결한 끈(견섬유)이 손상된 상태"라며 "합성섬유 등 사용할 수 있는 재료를 최대한 활용하되 현재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보존 처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두 유물은 내년 중 보존 처리가 완료돼 관람객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특별전 설명 중인 이현주 연구관. 2025.12.2/뉴스1 ⓒ News1 정수영 기자

또 두 유물이 대한제국 시기로 추정되는 이유에 대해 "옥주렴에는 '성수(聖壽) 만세(萬歲)' 라고 써 있다"면서 "이는 황제의 장수를 기원하는 문구"라고 했다. 이어 "옥렴 금속 장식에서는 19세기 이후에 많이 사용된 '양은' 성분이 확인돼 대한제국 시기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2부 '분석연구, 시간을 밝히다'에서는 과학적 분석으로 문화유산의 제작 기법과 시기를 규명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2023년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 나전칠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엑스(X)선 투과 조사 등을 통해 제작 기법을 확인했다. 또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도장인 '어보'는 현미경, 방사선 조사 등을 통해 재질·성분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 개관 20주년 특별전 'RE: 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 공개회가 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려 관계자가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3일부터 2026년 2월1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박물관의 숨겨진 공간인 보존과학실에서 이뤄진 20년간의 보존과학과 역사와 함께 왕실·황실 유산이 보존과학을 통해 되살아나는 시간의 여정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25.12.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3부 '복원·복제, 시간을 되살리다'에서는 문헌연구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소실된 '태조 어진'의 디지털 복원본을 공개한다. '태조 어진'은 현재 전주 경기전과 국립고궁박물관 소장본만 전해지는데, 국립고궁박물관은 과거 화재로 절반 정도가 소실된 상태의 어진을 소장하고 있다. 이에 박물관은 1910년대에 촬영된 유리건판 사진과 전주 경기전 봉안본을 토대로 2013년 태조 어진을 디지털로 복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복원 과정 전반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3일부터 내년 2월 1일까지 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전문가 특별강연(3회)과 어린이 대상 교육프로그램(총 12회·초등 4~6학년) 등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정용재 관장은 "이번 전시가 문화유산을 지킨다는 일의 의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행되는 과학적 연구의 가치,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시간의 무게를 전한다는 책임을 함께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