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시대를 깨운 글" 김우진 친필원고, 국가등록문화유산 됐다
'난파' '산돼지' 등…"서구 근대극을 주체적으로 수용한 작품"
'서유견문 필사 교정본'은 등록 예고…서지학 연구 중요 자료
- 정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우리나라 근대 희곡의 대표 작가 김우진(1897~1926)의 친필원고가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됐다.
국가유산청은 '김우진 희곡 친필원고'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고 13일 밝혔다. 김우진은 근대 희곡과 연극 평론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친 작가다. 이번에 등록된 그의 친필원고는 '두덕이 시인의 환멸', '이영녀', '난파', '산돼지' 등 총 4편이다.
'두덕이 시인의 환멸'은 식민지 시대 자기모순과 가치관의 혼란을 지닌 개화 지식인의 내면 풍경을 신랄하게 비판한 풍자극이다. '이영녀'는 식민지 조선 하층 여성의 고단한 삶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난파'는 전통과 근대라는 상반된 가치관이 충돌하는 과정을 담아냈으며, '산돼지'는 무기력한 자아의 생명력 회복을 다룬 작품이다.
국가유산청은 4편의 원고와 관련해 "1910~1920년대 일본 신파극이 지배하던 시기와 결별하고 서구 근대극을 주체적으로 수용한 작품"이라며 "식민지 현실을 냉철히 바라보며 근대극의 새 시대를 열려고 했던 시대정신이 반영된 작품으로서 언어사, 생활사, 문화사, 사회사, 경제사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적 자료로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가유산청은 '서유견문 필사 교정본'은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했다. 이 교정본은 대한제국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인 유길준(1856~1914)이 미국 유학 당시의 경험을 국한문혼용체로 쓴 '서유견문'의 교정 원고본으로, 1건 9책으로 구성돼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교정본에는 검은색 또는 붉은색 먹으로 단순한 글자의 교정뿐만 아니라 문장을 다듬거나 내용을 바꾸기도 한 흔적이 남아 있다"며 "교정 작업과 인쇄 이전의 원문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등 역사학, 서지학 연구 등에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은 '서유견문 필사 교정본'에 대해 30일간의 등록 예고 기간 동안 수렴한 의견을 검토하고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등록할 예정이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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