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떡볶이·돈카츠 너무 좋아요"…韓·日 학생들, 하나가 되다
동북아역사재단, 3박 4일 한일 학생 교류 프로그램
셋째 날, 하기코엔고등학교 방문 수업 참여
- 김정한 기자
(하기=뉴스1) 김정한 기자 = 일본 야마구치현 하기에 있는 가톨릭계 학교인 하기코엔고등학교 강당과 교실에서는 하루 종일 재잘거림과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20일, 동북아역사재단이 히스토리D와 함께 마련한 한일 학생 교류 프로그램의 마지막 날 부산 남성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하기코엔고를 찾았다. 하기코엔고의 전교생은 한국에서 온 10명의 여학생과 교사 및 재단 관계자 일행을 뜨겁게 환영했다.
환영식을 마친 후 남성여고 학생들은 일본 학생들과 함께 하기코엔고의 정규 과목인 한국어 수업에 함께 참여했다. 이들은 한국어로 서로 좋아하는 것을 묻고 대답하는 다양한 표현 방식을 연습했다.
전날 홈스테이 덕분에 친밀감이 높아진 가운데, 학생들은 교사의 지도를 따라 수업에 몰입했다. "아이유 좋아해요? 떡볶이 좋아해요? 돈카츠 좋아해요? 돈키호테(일본 잡화점) 좋아해요?" 등 다양한 문장을 만들어 말해 보면서 서로 아는 단어가 나오면 환호성을 질렀다.
수업을 마친 후 남성여고의 김예나(18)는 "일본 친구들과 말이 잘 통했다"며 "우리가 관심 있어 하는 음식, 아이돌, 만화, 화장품 등 다양한 것들을 가지고 소통할 수 있어서 신기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기코엔고의 이와모토 아키(18)는 "한국 친구들과 함께한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앞으로 한국 친구들과의 교류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옆에 함께 있던 오타니 히가루(18)와 도네 소라(18), 하세 마코토(18) 역시 "한국 친구들이 우리 학교에 와줘서 기쁘다"며 "우리도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오후에는 일본의 근대 교육 기관인 쇼카손주쿠 방문이 있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은 일본 근현대 시기 메이지 유신을 이끈 주역들을 배출한 곳이다.
박한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요시다 쇼인이 키운 제자 92명 가운데는 이토 히로부미, 야마가타 아리토모 등 일본 총리를 지낸 사람들도 다수 포함된다"며 "이들은 일본 근대화의 주역이지만, 동시에 조선(한국)의 국권을 침탈한 주도 세력의 중심인물들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과거의 아픈 부분을 묻어두거나 외면하면 안 된다"며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역사적인 이슈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이 한일 양국 관계의 건설적인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 학생들은 쇼카손주쿠의 역사적 맥락에 대한 설명을 경청했다. 이를 통해 가깝고도 먼 한일 관계와 근현대사의 첨예한 역사 인식에 대한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울러 한일 양국의 과거사에 대한 인식 차이의 연원에 대한 이해도 넓혔다.
이날 학생들과 동행한 나카무라 야스이치 하기코엔고 교장은 "한국 학생들의 방문은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국제 교류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한일 양국이 공통점도 많지만 다양한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도 배우고, 이런 이슈들에 대한 서로의 마인드를 열어두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일본의 관점만 가르쳐서도 안 되고, 한국의 관점만 가르쳐서도 안 된다"며 "일방적인 정답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는 방법을 제시해 주고, 학생들이 스스로 배워가며 판단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카무라 교장은 "한일 관계는 늘 복잡하고 난제도 많지만, 적어도 민간 차원에서는 정치적 관점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적인 교류가 필요하다는 게 교육자로서의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일정을 끝으로 동북아역사재단의 한일학생 교류 프로그램은 마무리됐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양국 학생들이 서로 만나 이야기하며 소통함으로써 공감대를 넓히면 이견과 갈등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짧은 일정을 함께하며 정이 깊어진 양국 학생들은 서로에 대한 소감을 기록하고, 사진을 찍고, SNS 주소와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헤어지는 아쉬움을 달랬다. 하지만 기억을 공유하고 언제든 다시 만날 것을 알고 있기에 밝은 얼굴이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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