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등 조선 궁궐 현판 넷 중 하나는 '부실 복원'

문화재청 연구보고서 "289개 현판 중 73개 바탕색과 글자색 뒤바뀌는 등 원형과 달라"

자료-문화재청 ⓒ News1

(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 =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등 조선 궁궐에 걸려 있는 현판 넷 중 하나는 잘못된 복원으로 인해 원형과 다른 모습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경복궁 등 4대 궁과 일곱 후궁의 신위를 모신 칠궁의 전체 현판 289개를 대상으로 사료 및 20세기 초 촬영된 사진과 대조해 조사한 결과, 73개 현판에서 104건의 변화가 파악됐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문화재청이 역사건축기술연구소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제출받은 '궁궐현판 고증조사' 연구보고서에 담겼다.

배색이 변화된 사례는 19건으로 알판의 배색이 반전된 경우이다. 고현판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배색이 반전된 사례가 10건, 신규제작현판의 배색이 잘못 설정된 경우가 9건으로 확인됐다. 또 글자색이 변화된 사례는 2건으로 창덕궁 선정전과 창경궁 명정전 현판이 이에 해당한다. 두 현판 모두 사료를 통해 글자색이 원래 금색인 것으로 확인되지만, 현재는 흰색글자이다.

형태가 변화된 사례는 28건으로 고현판의 일부분이 절단되거나 테두리 부분이 후대 개조된 사례가 7건 이다. 그 외 21건은 현판을 신규제작하는 과정에서 다른 형태로 제작한 사례이다. 단청 및 장식의 변화사례는 30건 확인됐다. 고현판의 단청이 변화된 사례가 27건이며, 신규제작현판의 변화사례는 3건이다. 게시위치가 변화된 사례는 창덕궁 희우정 1건이 확인됐다. 이 밖에 일제강점기와 근·현대에 신규제작된 현판에서 확인되는 위계 문제 등이 23건이다.

옛 사진과 달리 바탕색과 글자색이 달라진 궁궐 현판문의 모습. 사진-문화재청 ⓒ News1

최근 논란이 된 광화문의 경우처럼 특히 경복궁에서는 영추문, 응지당, 양의문, 원길헌, 함홍각, 건순각, 옥호루, 향오문, 청연루, 협경당, 향원정 등의 현판 바탕색과 글자색이 뒤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옛 사진에선 흰 바탕에 검은 글씨 혹은 금색 글씨였으나, 복원되면서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잘못 변경됐다.

연구 보고서에선 또 창덕궁 선정전과 창경궁 명정전 현판의 글자색은 현재와 같은 흰색이 아니라 금색일 가능성이 크다고 썼다. 이밖에 경복궁 향오문, 창덕궁 소요정, 창경궁 영춘헌의 현판은 일부가 파손되는 등 현판 형태에 변화가 있었다.

이에 따라 궁궐 현판 부실 복원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2014년 광화문 현판의 바탕색 논란이 나왔을 때, 궁궐 현판의 복원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궁궐 건물의 복원에 주로 신경을 쓰면서 현판의 고증은 철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변화가 확인된 현판들은 가능한 한 빠르게 바로잡되, 형태가 완전히 바뀐 것들은 철저한 고증을 거쳐 교체 시기가 되면 예전 모습으로 복원하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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