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관광일자리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다"

지역 주민 스스로 관광상품 개발해 운영하는 '관광두레' 모범사례 남해와 여수

여수 밤바다의 모습. 이하 사진-관광공사 ⓒ News1

(남해(경남),여수(전남)=뉴스1) 박창욱 기자 = 전남 여수는 2012년부터 관광지로 그야말로 '빵' 떴다. 물론 그해 세계박람회(엑스포)가 열린 덕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여수 밤바다'가 인기를 얻으면서, 여수가 젊은이들 사이에 낭만적인 여행지로 떠오른 탓이다.

하지만 지역민들은 몰려드는 방문객들을 마냥 반가워만 할 순 없었다. 돈 많은 외지 사람들이 운영하는 숙박업소와 음식점들만 돈을 버는 지역 관광업의 구조때문이었다. 특히 여수 구도심이나 인근 섬 지역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껴야 했다.

이렇게 관광객들이 몰리는 데도 정작 혜택을 보지 못하는 각 지역민들을 위한 사업이 있다. 바로 '관광두레'다. 관광두레는 지역주민 스스로 지역자원을 활용하여 유기적인 협력 하에 운영하는 ‘관광 사업 공동체’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 지역주민에게 관광 수익이 환원되고, 주민 소득증대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관광두레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기본계획 수립과 재정지원을 맡으며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사업 모니터링 및 평가, 자원조사 및 지역진단, 역량강화 및 교육 등 세부사업을 추진한다. 또 한국관광공사는 지역 특화 콘텐츠의 홍보마케팅을 도와준다. 각 지역에서는 문화관광연구원이 위촉한 관광두레 피디(PD)들이 관광상품 기획과 함께 지역민과 공공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간의 소통을 담당하며 밀착 현장지원을 한다.

2013년 8월에 양평, 제천, 청송 3개 지역을 대상으로 관광두레 사업이 처음 시작됐다. 2014년 수원, 가평, 인제, 강릉, 공주, 봉화, 울진, 합천, 김제, 여수, 남원, 남해, 순천, 곡성, 무주, 신안, 영동 17개 지역이 선정됐다. 1, 2기 총 20개 지역에서 1186명의 주민들이 참여해 104개 관광두레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여수와 남해는 대표적인 관광두레 운영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곳이다.

여수 금오도의 모습. ⓒ News1

◇여수, 섬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관광자원 캐낸다

여수 지역에서는 모두 7곳의 다양한 관광두레가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우선 여수에 사는 다문화 가정 여성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모인 ‘수-레인보우협동조합’은 구 도심에 일제강점기 여수를 컨셉으로 ‘여수1923’이라는 푸드카페를 최근 열었다.

젊은 개별 여행객들의 여수 지역의 담백한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곳이다. 서울 이태원의 '장진우 거리'로도 잘 알려진 장진우 멘토가 메뉴개발, 공간컨설팅, 브랜드디자인 멘토링을 통해 매장 개점을 도왔다. 한 달여만에 '맛있다'는 입소문이 돌며 찾아오는 손님이 늘고 있다고 조합 관계자는 전했다.

'비렁길 생태탐방로'로 유명해진 금오도에는 마을주민 전체가 ‘영농조합법인버들인’을 결성하여 폐교를 리모델링한 캠핑장을 운영한다. 또 금오열도의 지역 식재료를 유통하는 ‘영어영농조합법인금오도’가 활동하고 있다.

여수 1923의 모습. ⓒ News1

금오도와 다리로 연결된 안도에는 국립공원 명품마을의 생태자원을 보존하고 활용하여 어가펜션, 어가민박, 어가식당 등을 주식회사로 경영하고 있는 '동고지명품마을주식회사'가 있다. 전복과 막걸리가 유명한 개도에는 가족과 청소년을 위한 어촌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신흥영어영농조합’이 있다.

숨쉬는 연안, 살아있는 갯벌이 있는 여수 여자만은 생태휴양관광을 주제로 지역의 생태예술가와 공예작가들이 중심이 되어 ‘여자만사람들’이 조직돼 있다. 생태체험여행과 공동 체험, 전시판매장 등을 운영 중이다. 앞으로 사업자협동조합형태로 발전시켜 통합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여수 지역의 섬과 연안, 원도심에서 움직이고 있는 관광두레 육성조직을 이끌고, 지원하는 ‘디스커버리인여수(DISCOVERY IN YEOSU)’가 있다. 여수 주민주도 관광상품 개발을 위해 자원조사와 기획을 하고, 코스를 디자인하며, 직접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여수 지역의 정태균 관광두레 PD는 “기존의 관광산업정책이 시설 확충에 치중하다보니 정작 해당 지역 주민들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관광두레는 지역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건들을 먼저 파악한 후에 행정과 전문가들이 지원하는 형태로 순서를 바꾸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여수의 미래를 지속가능한 관광자원을 보유한 섬 지역에 두고, 주민공동체 복원과 지역자원을 파악해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재발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남해 두모마을 앞바다의 모습. ⓒ News1

◇체험 숙박 축제 등이 마을별로 체계화된 남해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큰 남해에도 다양한 관광두레가 운영 중이다. 여수와 마찬가지로 다문화가정 여성을 위한 '보물섬다이아협동조합'이 활동하고 있다. 공예가들이 힘을 보태 비즈브로치와 팔찌, 맥주양초, 우드수첩 같은 액세서리 관광기념품을 만든다.

독일마을은 남해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다. 독일 교포들이 이주민과 함께 실제 거주하는 공간이다. 2013년 마을주민 30여명이 공동출자해 법인 독일마을행복공동체를 설립했다. 수제소시지를 개발해 판매하다. 흑마늘, 유자 등 지역특산품을 활용한 다양한 수제맥주도 판다. 이를 바탕으로 매년 10월 맥주축제를 연다.

'두모마을'은 '해양레저체험마을'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교육장, 체험장, 숙박 등의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다. 씨카약 체험과 연계한 스쿠버다이빙, 스노클링 체험, 개매기 체험, 선상어부 체험 등 바다 활동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지역 소득 증대를 위해 물메기 덕장도 만들 계획이다.

지중해 풍의 남해펜션 1번지의 모습. 박창욱 기자.ⓒ News1

'남해펜션1번가'는 남해 지역의 숙박을 책임진다. 총 22개 펜션 대표자가 모여 공동홈페이지, 할인쿠폰, 이벤트 등 다양한 공동마케팅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핵심 사업은 지역특산물과 연계한 바비큐세트 유통사업, 지역 체험사업 조직들과 함께하는 ‘유휴 공간 활용사업’ 등이 있다

면적은 넓은 대신 섬지역의 특성으로 인해 구불구불한 길이 많은 남해에는 관광두레 PD 두 사람이 활동하고 있다. 배정근 PD와 이광석 PD다. 특히 남해 출신인 이 PD와 달리 배 PD는 경기도 부천 출신이다. 관광단체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자를 하던 그는 남해에 놀러왔다가 이 지역에 반해 관광두레 PD를 맡아 부천과 남해 간 800km를 차로 오가고 있다.

배 PD는 "다른 지역과 달리 남해는 마을별로 숙박, 체험, 관광 등이 체계화되어 있다"며 "주민들도 열정이 있어 일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관광두레가 남해 지역을 위한 일인데도 정작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전혀 없어 아쉬운 점이 크다"고 토로했다.

관광두레의 홍보마케팅을 지원하는 김용일 관광공사 관광콘텐츠개발팀 전문위원은 "주민사업체 주도의 관광사업체를 성공적으로 창업하고 자립적으로 경영하는 것이 관광두레사업의 정의인 동시에 목표"라고 강조했다.

남해 독일마을의 모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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