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조선 선박 추정 '마도 4호선' 인양현장
시야 20㎝도 안 돼…'누리안호' 잠수통제로 수면 오르내리며 '목재 닻' 인양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5일 올해 인양 마무리…내년 4월부터 정밀 수중발굴
- 박태정 기자
(태안=뉴스1) 박태정 기자 = "보이는 부분이 뭔가요." (이지희 연구원), "좌현 이단 지점." (강대훈 잠수반장).
5일 정오 무렵 충남 태안해역 마도 인근에 정박 중인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수중문화재발굴전용 인양선 '누리안호' 잠수통제실. 물 속에서 강대훈(56) 반장이 전송한 '마도 4호선' 좌현은 모니터 화면에서는 전혀 분간할 수 없었다.
숨이 거친 강 반장의 답변은 짧았다. 파란 하늘에 바람도 선선한 청명한 가을날이었지만 수면 아래로는 만조기가 가까워지며 수심 10m 아래의 시야거리는 20㎝밖에 되지 않아 뿌였다.
강 반장의 손길이 움직일 때마다 배에 덮힌 뻘물이 흐트러지면서 시야는 더욱 흐려졌다. '마도 4호선'의 것으로 추정되는 닻을 인양하러 강 반장을 뒤따라 들어간 잠수보조사 박정원(54)씨가 근처에 있는데도 서로를 확인할 수 없었다.
결국 박씨가 수면 위로 올라와 위치를 확인한 후 다시 내려가서야 본격적인 인양작업이 시작됐다. 오전 11시47분 잠수를 시작한 뒤 30여 분이 지난 시간이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이날 올해 '마도 4호선'의 마지막 인양작업을 벌였다. 선체는 형태만 확인한 정도이고 자칫 유실될 수 있는 목재 닻을 먼저 꺼내기로 했다.
연구소는 앞서 '마도 4호선'을 발견하고 조선 시대 백자의 해상운송 사례를 보여주는 백자 다발 111점을 건져 올렸다. '바닷 속 경주'로 불리는 태안 마도 해역에서 발견된 태안선, 마도 1·2·3호선 등 4척의 배는 모두 고려 시대 것이었다.
'마도 4호선'이 조선 시대 배로 최종 확인되면 조선 시대 고선박 첫 발굴이 된다.
강 반장과 박씨는 물 속에서 수습해 밧줄로 묶은 목재 닻 양쪽에 인양백을 설치하고 공기를 주입했고 적어도 300년 이상을 바닷 속에 잠겨 있던 나무로 만든 닻이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누리안호'에 설치된 크레인으로 끌어 올린 목재 닻은 몸체인 닻체와 'V'자 모양의 닻가지의 절반이 회수된 채였다.
길이 2.1m의 닻은 많이 삭아서 현무암처럼 구멍이 숭숭 뚤려 있었고 구멍에서는 이름 모를 바다 벌레들이 꼬물꼬물 기어 나왔다. 닻 여기저기에는 미역과 불가사리가 엉켜붙어 있었다.
홍광희 수중발굴팀장은 "해저면에 노출되면 바다 벌레가 먹어 닻이 실제 발굴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지금까지 발굴된 2~3개의 닻도 일부분만 수습됐고 이번처럼 형태를 갖춘 경우는 처음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목재 닻은 '마도 4호선'에서 10여m 떨어진 곳에서 확인됐고 근처에서 닻에 결구하는 닻돌도 함께 발견됐다. 현재 확인된 배의 규모는 길이 11.5m, 폭 6m이고 생김새는 전형적인 한국의 옛 선박 형태를 띠고 있다.
홍광희 팀장은 "쇠못을 쓰지 않고 나무로만 배를 만들었다는 점이나 인근에서 인양된 4척의 고선박과 구조가 같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옛 배인 '한선'이 맞다"고 확인했다.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처음으로 조선 시대 백자가 꾸러미로 확인됐다. 총 111점으로 발견 당시 종류별로 10점씩 포개진 상태였으며 꾸러미 아래쪽에는 완충재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볏짚도 함께 나왔다.
출수된 백자의 종류는 발, 접시, 잔, 촛대 등 모두 일상생활용기로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전반에 제작된 지방 생산 백자로 추정됐다. 선체 내부에서는 조선 시대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분청사기 대접 2점도 출수됐다.
이날 발굴현장에 직접 나온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출수된 백자들은 해로를 이용한 백자의 유통과정을 보여주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학술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이날 인양을 끝으로 올해 '마도 4호선' 발굴조사를 마무리하고 내년 4월부터 정밀 수중발굴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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