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총독부박물관, 중국 한대 문화재 집중 매입한 까닭은…

국립중앙박물관 '동양을 수집하다' 특별전…"식민사관 정당성 부여 목적"
이왕가박물관·미술관 등 일제시대 수집 아시아 문화재 중 200여 점 전시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방물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에서 관계자가 '동양(東洋)을 수집하다-일제강점기 아시아 문화재의 수집과 전시'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서울=뉴스1) 박태정 기자 = 일제 치하였던 1915년 9월 조선총독부는 식민통치 5주년을 기념해 경복궁에서 박람회인 조선물산공진회를 열고 난 뒤 박람회 건물을 활용해 같은해 12월 1일 조선총독부박물관을 건립했다.

소장품은 우리나라에서 고고학 발굴과 조사를 통해 수습한 문화재가 중심을 이뤘지만 개관 직후부터 1920년대 전반까지 중국과 일본의 문화재도 집중적으로 수집했다.

중국 문화재 주요 품목으로는 거마구, 동경, 와당, 도용, 고전 등 고분출토품이 주를 이뤘는데 시대로 보면 한대(漢代)의 문화재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당시 중국 고미술 시장의 주요 품목이 상주(商周) 고전 청동기나 송대(宋代) 이후의 자기와 서화였던 점을 고려하면 조선총독부의 수집 경향에는 특별한 의도가 반영돼 있었다.

이는 조선총독부박물관이 구입한 중국 문화재를 평안남도에서 출토된 '낙랑·대방 문화' 전시실에 전시했던 데서도 확인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 이태희 학예연구사는 "한이 식민지를 건설하고 중국문화가 전파돼 한반도의 문화가 시작됐다는 이른바 '한국사 타율성론'의 첫 단추이자 일제 식민통치에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근거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고 분석했다.

한이 고조선을 멸망시키고 낙랑을 설치해 우수한 중국문화가 들어와 한반도의 문화가 시작됐다는 일제의 '타율적인 조선사' 논리를 강조하기 위한 참고자료였던 셈이다.

일제가 조선총독부박물관, 이왕가박물관·미술관을 통해 수집한 아시아 지역의 문화재 가운데 1600여건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남아 있다.

일제시대 이들 박물관이 약탈이나 도굴이 아닌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제대로 값을 지불하고 수집한 것들이라 아직까지 소유권에 대한 환수 요구는 없었다는 게 국립중앙박물관의 설명이다.

이중 200여점이 28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 특별전 '동양(東洋)'을 수집하다-일제강점기 아시아 문화재의 수집과 전시'에서 공개된다.

대부분이 중국과 중앙아시아의 문화재들인데 일제 강점기의 통치 이데올로기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 수집된 것들이 부지기수다. 조선총독부박물관이 기타큐슈 지방에서 수집한 일본 토기에서도 이 같은 경향은 확인된다.

조선총독부박물관은 이 토기들을 신라 토기와 함게 전시하고 한반도 남부와 일본 규슈 지역간의 문화적 동질성을 강조해 식민지 동화정책의 역사적 근거를 부여했다.

이들 유물이 전시된 첫 주제인 '동아시아의 고대:조선총독부박물관'에 이어 두 번째 주제 '서역 미술:조선총독부박물관 경복궁 수정전'에서는 중앙아시아 소장품에 담긴 역사를 소개한다.

1916년 일본의 광산재벌 구하라 후사노스케로부터 기증받은 중앙아시아 문화재들을 당시 조선총독부는 경복궁 수정전에 전시해 공개하며 자신들의 문화적 치적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고자 했다.

이태희 연구사는 "기증의 이면에는 구하라가 당시 평안남도 진남포에 제련소를 건설하는 등 조선 내에서 사업상 편의를 제공받고자 했던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구 조선총독부 건물의 중앙홀에 걸려 있던 일본의 근대 화가 와다 산조의 벽화. /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세 번째 주제인 '불교조각:이왕가박물관 창경궁 명전전'에서는 대한제국의 제실박물관으로 1909년 창경궁에 개관한 이왕가미술관이 수집한 중국의 불비상과 북위와 북제의 반가사유상 등 중국불교조각이 전시된다.

이왕가박물관은 1916년 구입한 중국 불비상(佛碑像)을 석굴암 모형과 함께 전시해 불교미술을 문화 발전의 척도로 삼으며 '숭유억불' 정책을 폈던 조선시대를 문화의 침체기로 그렸다.

마지막 주제인 '일본근대미술:이왕가미술관 덕수궁 석조전'에 전시되는 일본근대미술 역시 일제의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

당시 이왕가미술관이 조선의 고미술과 일본의 현대미술을 연속적으로 관람하도록 전시해 조선의 과거를 자연스럽게 일본의 미래에 연결돼도록 한 데서도 확인된다.

구 조선총독부 건물의 중앙홀에 걸려 있던 일본의 근대 화가 와다 산조의 벽화는 '평화와 선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고 하지만 이면에는 당대의 통치 이념이 도사리고 있다.

그림은 한국과 일본에 공통적으로 전해오는 '날개 옷' 설화를 주제로 하나는 일본의 미호(三保)를 배경으로 다른 하나는 금강산을 배경으로 그렸다.

이태희 연구사는 "신화를 묘사한 대형 그림이지만 고대 한국과 일본의 천연성을 강조하고 아울러 이를 기초로 영구적인 식민통치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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