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간 생명체들, 인간이 만든 개발 시설 틈새서 자라다"…동식물의 역습
[신간] '패치 인류세'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인간이 멋대로 뜯어고친 산업 시설을 무대로 삼아 예측할 수 없게 퍼져나간 비인간 존재들의 생존기를 날카롭게 포착한 인류학 보고서가 책으로 나왔다. 저자는 베스트셀러 '세계 끝의 버섯'으로 널리 알려진 인류학자 애나 로웬하웁트 칭을 비롯한 연구진이다.
이 책은 댐, 운하, 하수도 등 현대 문명이 지어 올린 인프라 주변에서 통제를 벗어나 자라난 생물과 물질을 추적한다. 인간이 짜놓은 틀을 깨고 튀어나간 비인간 존재들이 어떻게 지구 전체를 뒤흔드는지 현장 조사를 거쳐 낱낱이 파헤쳤다. 저자들은 데이터 수치에만 매달리는 연구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현장의 목소리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 속 사례들은 인간의 오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프랑스 지배 시절 베트남 하노이에 놓인 하수관로는 오히려 백인 마을에 쥐 떼를 불러들였다. 관상용으로 사랑받던 부레옥잠은 버려진 뒤 물길을 꽉 막아버렸고, 식용으로 퍼뜨린 미국 황소개구리는 토종 개구리를 멸종 위기로 몰았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터져 나온 방사능이 북유럽 핀란드 상공까지 날아간 일처럼 무생물 역시 인간의 통제망을 비웃듯 빠져나갔다.
이 책은 온라인으로 공개된 생태 지도 연구인 '페럴 아틀라스: 인간 너머의 인류세 현상' 프로젝트의 성과를 담아냈다. 지구 위기를 막아내려면 실험실 속 통계 숫자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인간이 파괴한 국소 지역에서 비인간 생명체들이 어떻게 살아남고 있는지 똑바로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 중심의 잣대로 세상을 마음대로 재단할 수 있다는 믿음은 이미 곳곳에서 밑천을 드러냈다. 조각보처럼 쪼개진 현장의 신음과 비인간 존재들의 몸부림을 인정하지 않는 한, 기후 위기와 생태 파괴를 풀 열쇠는 결코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 패치 인류세/ 애나 로웬하웁트 칭·제니퍼 데거·올더 케러먼 색세나·페이페이 저우 글/ 4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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