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의 은밀한 거래와 정치적 결탁"…글로벌 반도체 권력 파헤치기

[신간] '반도체 패권 지도'

반도체 패권 지도 (부키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세계 패권의 심장으로 떠오른 반도체 시장의 은밀한 거래와 정치적 결탁을 낱낱이 파헤친 신간이 출간됐다. 일본경제신문 기자들이 현장을 누비며 수집한 각국 정부와 거대 기업의 권력 다툼을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과거 시장의 절대 권력이었던 인텔이 신흥 강자 엔비디아로부터 50억 달러 수혈을 받으며 주도권을 뺏기는 상징적 사건을 가장 먼저 조명한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약 89억 달러를 쏟아부어 인텔의 대주주로 올라선 뒤 립부 탄 최고경영자를 몰아낸 전말도 고발한다. 기업 자율에 맡기던 시장에 국가 권력이 노골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셈이다.

정치권과 결탁한 밀실 거래의 실체도 적나라하다. 2025년 4월 워싱턴을 찾은 젠슨 황은 가죽 재킷 대신 양복을 입은 로비스트로 변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5월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자리에서 팀 쿡 대신 나타난 젠슨 황을 치켜세웠다. 그 결과 엔비디아는 2025년 4월 규제 명단에 올랐던 AI 칩 H20의 중국 수출길을 같은 해 7월 다시 열었다. 다만 그 대가로 매출의 15%를 미국 당국에 상납하기로 합의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다.

AI 투자 광풍을 둘러싼 경고음도 날카롭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최대 1000억 달러를 지원하고, 오픈AI가 그 돈으로 엔비디아 칩을 사들이는 기형적 순환 거래를 지적한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파울 루 카르방은 과거 IT 거품 당시 기업들이 서로 돈을 돌려막으며 덩치를 키우던 수법이 재현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어판에 실린 우리 기업들의 명암도 흥미롭다.

△ 반도체 패권 지도/ 일본경제신문사 글/ 정지영 옮김/ 392쪽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