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라는 탈을 쓴 전쟁의 민낯"…혐오와 광기 부추긴 18가지 역사

[신간] '전쟁은 어떻게 정의를 훔쳤을까?'

'전쟁은 어떻게 정의를 훔쳤을까?' (휴머니스트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총칼을 앞세운 살육이 언제나 그럴듯한 명분 뒤에 숨어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려온 과정을 정밀하게 추적한 역사서가 나왔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이 펴낸 이 책은 승패 기록과 영웅담에 갇혀 있던 전쟁사를 날카로운 질문으로 뒤흔든다.

이 책은 인류가 겪어온 굵직한 비극 18가지를 골라내 폭력이 퍼져나가는 길목을 들여다본다. 고대 서양의 '야만인' 낙인부터 근대 유럽의 '황인종 위협론'까지, 힘을 쥔 이들이 자리를 지키려 가상의 괴물을 만들어낸 흔적을 살핀다.

십자군 원정과 아메리카 침략, 종교재판 등 신과 법의 이름을 빌려 죄책감을 지워버린 잔혹함도 낱낱이 짚는다. 1차 세계대전은 물론 대만 2·28과 제주 4·3 사건을 통해 국가 권력이 자국민마저 적으로 몰아붙인 참상을 들추고, 베트남과 르완다에서 벌어진 집단 학살의 원인도 함께 파고든다.

우리가 전쟁을 힘센 나라의 승패로만 기억하면 약자의 고통과 군사주의의 위험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쉽다. 일상에서 차별과 조롱이 번지는 지금, 이 책은 단순히 총성이 멈추는 소극적 평화를 넘어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는 차가운 말과 낙인의 덫을 먼저 걷어내야 한다고 짚어낸다.

저자들은 "머리로는 어두운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더라도, 마음속 굳센 의지로 인권과 평화를 끝내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맑은 샘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전쟁은 어떻게 정의를 훔쳤을까?/ 전국역사교사모임 글/ 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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