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보관한 문자 1통이 재판의 결과를 바꿉니다"
법무법인 창천 변호사 19인의 법률 산문집
[신간] '편들어 드립니다'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편들어 드립니다'는 계약서 조항, 문자 한 통, 애매한 약속 앞에서 혼자 판단해야 했던 이들의 질문을 따라간다. 법무법인(유한) 창천 소속 변호사 19명은 상담과 소송에서 마주한 사연을 5부에 나눠 기록했다.
법 앞에서 억울함을 느낀 사람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조문보다 판단의 부담이다. 계약서 문구나 문자 한 통, 구두 약속을 두고 "이거 문제 되는 거 맞나요?"라고 묻는 장면에서 책은 출발한다.
공저자들은 승소 경험이나 법률 상식의 목록 대신 상담실과 법정에서 겪은 질문, 망설임, 선택의 순간을 담았다. 사례는 사람 사이의 갈등에서 계약과 재산, 기업, 재판으로 이어진다.
책은 모두 5부로 구성했다. '사람이 사람에게', '계약서가 말하지 않은 것', '숫자에도 온도가 있다', '기업이라는 세계', '법정, 그 공간의 무게'가 각각 다른 분쟁의 장면을 묶는다.
법률 문제를 법 조항만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순간도 전면에 놓는다. 부당함을 겪고도 "제가 예민한 걸까요?"라고 되묻는 의뢰인의 망설임은 법률 판단 이전에 남는 불안으로 제시된다.
첫 번째 묶음은 이혼과 재산분할, 가족의 빚, 이웃 간 갈등처럼 가까운 관계에서 생긴 분쟁을 다룬다. 당사자들이 법률 상담에 이르기까지 겪는 감정의 충돌도 함께 기록한다.
1장에는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사람들', '거짓말과 적반하장, 그리고 재산분할의 숨겨진 진실', '부산에서 온 의뢰인의 절망과 뒤엉킨 악연' 등이 실렸다. 친구의 변호인이 된 1년과 가족을 위해 진 빚의 책임도 사례로 다룬다.
전원생활이 이웃과의 긴 감정싸움으로 바뀐 사연도 등장한다. 가까운 사람들과 맺은 관계가 분쟁으로 옮겨갈 때, 법률 문제는 사건 당사자의 일상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책은 이 과정에서 의뢰인을 설득하거나 훈계하는 방식보다, 상담실에서 마주한 표정과 말을 기록하는 데 무게를 둔다. "당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문장은 19명의 변호사가 공유하는 태도를 압축한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네 번째 묶음은 계약서와 돈, 기업 활동을 둘러싼 갈등을 구체적인 사건으로 풀어낸다. 법률 문서와 숫자가 실제 삶과 사업의 선택에 어떤 무게로 작용하는지를 사례별로 다룬다.
2장에는 악수로 맺은 계약이 법정에서 무너진 사연, 계약서 문구만 믿었다가 생긴 문제, 신탁회사를 상대로 한 타운하우스 분양 대금 반환 문제가 담겼다. '내 편에게도 패를 숨기면 안 된다'는 제목은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의 정보 공유 문제도 짚는다.
3장에서는 '이란격석(以卵擊石),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암 보험금 8000만원을 되찾은 사례, 코드 한 줄의 값어치를 다룬다. 분쟁의 규모를 가늠하는 숫자와 개인이 체감하는 피해가 같은 장에 놓인다.
기업 편에는 5년 차 스타트업의 외국 회사 인수, 주주의 지위, 공동 창업자 관계의 종료가 실렸다. 소유자와 싸움의 당사자가 엇갈리는 상황, 사업 관계가 끝나는 과정도 법률 문제로 다룬다.
마지막 묶음은 재판이 진행되는 법정의 시간과 판단의 무게를 다룬다. 짧은 재판과 한순간의 진술, 판결 뒤 남는 문제를 통해 사건의 종결이 당사자의 삶에서 곧바로 끝나지 않는 장면을 보여준다.
'무슨 재판이 5분 만에 끝나요?', '1초, 그 안에 담긴 진실', '서류상 수백억 자산가의 죽음, 유족에게 남은 것은 세금 폭탄뿐이었다'는 법정 안팎의 사례를 제시한다. 섬에 갇힌 사람들의 사연과 사실관계가 선명하지 않은 재판의 순간도 이어진다.
한 꼭지에는 "피고인들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는 법정의 문장이 등장한다. 짧은 선고문이 남기는 결과와 당사자가 감당해야 하는 시간은 책의 마지막 장이 다루는 축이다.
△ 편들어 드립니다/ 창천 변호사들 지음/ 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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