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기록 160개, 포켓수첩 600권, 파일 1000개 풀어냈다…'노무현 평전'

노무현 탄생 80주년 공식 평전…10년 기록으로 복원한 한 생애
[신간] '노무현 평전'

'노무현 평전'은 노무현 대통령 탄생 80주년에 맞춰 출간된 공식 평전이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노무현 평전'은 노무현 대통령 탄생 80주년에 맞춰 출간된 공식 평전으로, 정치인 노무현의 이력과 개별 사건을 한 생애의 흐름 안에 배치한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이 기획하고 참여정부 참모였던 윤태영 작가가 약 10년에 걸쳐 집필했다.

윤태영은 노무현사료관의 구술과 연설문, 참모들의 업무 메모·녹취·비망록 등 160여 건의 비공개 기록을 살폈다. 자신이 남긴 600권의 포켓수첩과 1000개 파일, 봉하마을의 365편 영상 기록도 책의 근거로 삼았다.

책은 9장으로 짜였다. 1~5장은 봉하마을 소년에서 인권변호사, 국회의원, 대통령 후보로 이어지는 길을 연대기로 따라가고, 6~7장은 재임 중 현안과 봉하마을 시절을 다룬다.

8~9장은 연대기에서 벗어나 노무현의 리더십과 캐릭터, 말과 글을 살핀다. 발간사는 "노무현을 다시 읽는 일은, 결국 우리가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지 다시 묻는 일이다"라고 적었다.

윤태영은 1988년 노무현과 인연을 맺은 뒤 첫 에세이 '여보, 나 좀 도와줘'의 출간 작업에 참여했다. 참여정부에서 대변인·제1부속실장·연설기획비서관으로 일했고, 노무현이 귀향한 뒤에는 봉하마을 집필팀에서도 함께했다.

10년의 기록과 가까이에서 본 인물의 생애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지근거리에 있던 사람이 피사체를 객관적으로 조명하며 서술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썼다. 그럼에도 공식 기록과 개인 기록을 함께 놓아 말과 결단이 나온 상황을 복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윤태영은 "나를 본 대로 들은 대로 써라"고 했던 노무현의 말을 자신의 숙제로 제시했다. 노무현은 재임 중 "체력이 허락하는 한 모든 자리에 배석해도 좋다"고 지시했고,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회의와 현장의 기록을 축적했다.

책에는 청와대 회의에서 "비상을 걸려고 국무회의를 소집했습니다"라고 한 발언과 봉하마을 시절 "내가 인간적으로 사람이 좀 모자라는 것일까"라고 토로한 장면도 담겼다. 개인의 표정과 혼잣말, 주변의 반응까지 기록의 일부로 다룬다.

좌절과 원칙에서 대통령의 길까지

평전은 노무현이 가난과 열등감을 지나 '자부심'을 키웠다고 서술했다. 부림사건을 앞둔 내적 갈등에서는 "저 친구들이 내 아들이었다면, 나는 뭐라고 했을까?"라는 질문을 제시한다.

노무현은 2008년 모교 대창초등학교에서 "내가 7번 선거를 해서 4번을 졌거든요. 그런데 대통령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2001년 노무현은 '노무현이 만난 링컨'에서 "위인의 약점은 범인의 위안이다"라고 썼고, 석가모니와 링컨의 모습에서 "보통 사람들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1990년 통일민주당 임시전당대회에서 노무현은 "이의 있습니다. 반대 토론 해야 합니다"라고 외쳤다. 정치인 시절에는 "나를 역사 발전의 도구로 써라"고 당부했고, 평전은 이 발언들을 원칙과 설득의 정치가 형성된 장면으로 다룬다.

북핵·행정도시·대연정의 선택을 다시 읽다

6장은 북핵 문제를 다룬다. 노무현은 "우리의 판단은 '공은 북한으로 갔다'고 했던 것입니다. 우리의 전제와 예측이 깨진 것입니다"라며 "이제 압력은 북으로 가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재신임 제안 때는 "나도 살고 싶죠. 그러나 이것을 기회로 한국 정치를 개혁할 수 있으면 거기에 의의가 있는 겁니다"라고 했고, 한미FTA 추진을 두고는 "어쩌겠나? 불리해도 할 일은 해야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 판이 깨지면 우리가 어디로 갈 것인지 예측하게 해줘야 합니다. 벌교 기찻길에서 누가 버티느냐의 문제입니다. 한국 정부의 결단이 있어야 합니다"라고 했다. 이어 "당신들이 핵무기를 가져도 남북관계는 그대로 간다고 할 것인가? 국민들 앞에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까요? 나만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노무현은 "핵무기는 당신들의 안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장 큰 위협은 미국이 아니라 경제다. 이제 더 이상 길은 내지 않는다. 사실상 중단이라고 이야기해야"라면서 "LA 발언, 결국 바보가 되었습니다"라고 자책했다.

개헌 필요성을 강조할 때는 "나는 임기를 단축하면서, 즉 내 살을 깎아서라도 국가의 중요한 제도의 변경을 성사시켜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행정도시 판결과 관련해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이 "머리가 참 좋다"고 하자 노무현은 "나도 처음 든 생각이 '머리 참 좋구나'였어요"라고 했고, 이를 "헌재에 의한 쿠데타"로 규정했다.

참모들이 임기 단축에 반대하자 이호철 국정상황실장은 "역사의 패배가 되기 때문에 참모들은 더 이상 한국에서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고, 이병완 실장은 "우리에게 몇 개월이라도 더 시간을 주십시오"라고 간청했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은 사후 자서전 '운명이다'와 미완의 회고록 '성공과 좌절'을 냈지만, 노무현의 공식 평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 '노무현 평전'/ 윤태영 지음/ 928쪽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