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의 먹거리·옷·기술, 직접 만들어본다"…실험고고학의 세계

[신간] '실험하는 고고학자'

'실험하는 고고학자' (해나무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박물관 유리장 뒤에 갇혀 있던 유물들이 생생한 감각을 품고 현실로 뛰어든다. 저자 샘 킨은 눈으로 보는 관람에서 벗어나 직접 만들고 써보며 과거를 재구성하는 고고학의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이 책은 고대와 중세의 기술을 오감으로 복원하는 흥미진진한 현장을 담아냈다. 책은 공학자, 화학자, 미생물학자뿐만 아니라 요리사, 미용사, 문신사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합심해 옛 인류의 일상을 재현하는 과정을 그린다. 저자는 뗀석기 제작과 투창기 투척, 고대 방식의 문신 시술까지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연구에 동참했다.

이번 작업의 핵심은 시각에만 의존하던 기존 고고학의 한계를 깨고 냄새와 촉감, 소리를 되살려낸 점이다. 흑요석 날의 자르는 힘을 측정하고, 옛 토기의 효모로 빵을 구워내며, 고대 연고에서 현대적 치료제의 가능성을 찾아내는 과정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여기에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구성한 가상의 단편 소설을 더해 수천 년 전 노동자와 사냥꾼의 삶을 눈앞에 생생히 불러냈다.

문자 기록과 유물 파편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던 인간의 삶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이번 시도는 뜻깊다. 과학적 검증과 예술적 상상력이 결합해 아득한 조상들의 지혜를 오늘날의 삶과 자연스럽게 연결해 준다.

유리창 너머의 유적에 답답함을 느꼈던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까마득한 옛날을 만지고 느끼는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다. 과거 인류가 땀 흘리며 쌓아 올린 지혜의 온기는 여전히 우리 곁에서 숨 쉬고 있다.

△ 실험하는 고고학자/ 샘 킨 글/ 이충호 옮김/ 684쪽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