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는 맥락, 밴드는 중심…사물로 짚은 사회
[신간] '시선의 철학'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시선의 철학'은 가위·노란 리본·파티션 등 일상의 사물에서 존재와 사회의 맥락을 탐색한다. 함돈균은 사물의 전체보다 핵심을 보는 '관점주의'로 삶과 세계를 읽는 각도를 짚는다.
사물의 외양을 인식의 근거로 삼는 태도와 그 너머를 보려는 태도가 이 책의 출발점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보아뱀 속 코끼리는 표면에만 머무는 시선이 놓치는 존재를 가리킨다.
전체를 본다는 생각은 허구일 수 있으며, 한 지점을 정확히 보는 일이 인간의 한계이자 진실에 다가가는 가능성이라는 역설을 펼친다. 시의 비유와 수술대의 장면을 끌어와 전체가 아닌 '최소'에 시선을 맞춘다.
1부부터 4부까지 가위, 계단, 고궁, 밴드, 빨대, 스피커, 파티션, 향 등 주변 사물을 따라 사유를 이어간다. 물건의 쓰임과 놓인 자리가 달라지면 의미도 달라진다는 관찰이 각 글을 이끈다.
가위는 서로 다른 쓰임을 통해 사물의 의미가 맥락에서 생긴다는 점을 드러낸다. 똑같은 물건도 위치에 따라 정반대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이어진다.
'노란 리본'에서는 사건을 과거의 원인과 미래의 계기가 모인 시간의 응집으로 바라본다. 봄마다 되돌아오는 이미지를 통해 사물이 개인의 소유물을 넘어 사회의 사건이 되는 과정을 더듬는다.
밴드는 상처가 난 자리에 몸의 감각과 관심이 모이는 모습을 통해 몸의 '중심'을 다시 묻는다. 파티션은 사회적 서열과 공간의 구획을 살피고, 동양의 병풍이 삶 곁의 죽음까지 함께 놓는 방식으로 시선을 넓힌다.
인공지능 시대의 사물도 주요한 사유 대상이다. 보이지 않는 어둠과 낮은 소리, 지워진 소리를 따라가며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이가 흐려지는 지점을 탐색한다.
△ 시선의 철학/ 함돈균 지음/ 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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