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연구실의 7명 이야기…복수극에 얽힌 연쇄살인 소설
[신간] '나를 우습게 봤겠지만'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나를 우습게 봤겠지만'은 자신을 강간한 윌 바크먼을 죽이려는 클로이가 사이코패스 연구실에 잠입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좇는다. 베라 쿠리안은 복수 계획과 연쇄살인 사건을 맞물려 사이코패스와 범죄자를 동일시하는 시선을 흔든다.
클로이는 6년 전 윌과 그의 친구 브렛에게 당한 일을 잊지 못한다. 그는 당시 촬영된 동영상 원본을 찾아 없애고 윌을 살해하기 위해 거주지와 동아리, 친구 관계, 무기 소지 여부까지 조사한 뒤 그가 다니는 대학교에 들어간다.
연구 대상으로 사이코패스 학생을 모집하는 와이먼 박사의 프로그램은 클로이에게 윌의 곁으로 다가갈 통로가 된다. 클로이는 프로그램에 뽑혀 등록금을 면제받고, 워싱턴 D.C.의 대규모 시위로 도시가 혼란스러울 10월 23일을 실행일로 정한다.
계획이 움직이기 시작한 캠퍼스에서는 참여자들이 잇따라 숨지는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한 명은 칼에 찔려 살해되고, 다른 한 명은 산탄을 삼킨 채 MRI 기계에 들어가 사망한다. 클로이는 범인에게 자신의 범행 누명을 씌울 가능성을 떠올리지만, 오히려 용의선상에 오르고 누군가가 그의 일상을 사진으로 감시한다.
와이먼 박사는 사이코패스의 사회화 가능성을 믿고 경찰과 연계해 비밀 연구를 이어간다. 연구 대상은 7명이며 신원이 보호된다. 이 설정은 범행의 진실을 추적하는 흐름과 함께, 진단이 개인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살핀다.
연구실의 앤드리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그는 어린 시절 누나의 죽음 뒤 비행을 일삼아 품행장애 진단을 받았고, 인터넷 도움을 받아 전화 면담과 질문지에 거짓 답변을 하면서 사이코패스 판정을 받는다. 혈액검사가 아닌 면담과 치료사 평가가 진단을 가르는 과정도 드러난다.
찰스는 충동성을 억누르고 타인의 감정을 모방하며 '정상'으로 보이려 애쓴다. 여자친구 크리스틴과 관계를 유지하려고 사랑받을 행동을 가늠하는 찰스의 모습은, 타고난 기질과 성장 환경 가운데 무엇이 한 사람의 행동을 규정하는지 묻는다.
베라 쿠리안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활동하는 작가이자 심리학자다. 이 작품은 2021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로 에드거상 최우수 데뷔 장편 부문 후보에 올랐다. 강동혁이 한국어로 옮겼다.
복수를 준비하는 클로이와 연구 대상자들의 서로 다른 삶은 사이코패스라는 명칭 아래 묶인 사람들의 경계를 복잡하게 만든다. 소설은 누가 범인인가를 따라가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정상성과 악함을 가르는 기준이 얼마나 취약한지 끝까지 묻는다.
△ '나를 우습게 봤겠지만'/ 베라 쿠리안 지음/ 강동혁 옮김/ 5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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