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오니즘을 거부한다"…야코프 랍킨의 이스라엘 비판

[신간] '이스라엘을 고발한다'

'이스라엘을 고발한다'는 시오니즘과 이스라엘 건국의 역사를 짚으며 팔레스타인 제노사이드를 유대인 내부의 목소리로 추적한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이스라엘을 고발한다'는 시오니즘과 이스라엘 건국의 역사를 짚으며 팔레스타인 제노사이드를 유대인 내부의 목소리로 추적한다. 저자 야코프 랍킨은 홀로코스트의 피해 기억이 어떻게 팔레스타인 억압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바뀌었는지 따라가며 시오니즘과 유대교의 간극을 파고든다.

책은 이스라엘을 유대인의 자연스러운 귀환지로 보는 통념부터 건드린다. 유대인의 정체성은 영토가 아니라 토라에 따른 삶과 의무에 있다는 문제의식을 앞세워 국가 건설 프로젝트와 종교 공동체를 분리해 읽는다.

이 출발점은 홀로코스트 이후의 역사 인식으로 이어진다. 유럽에서 학살을 겪은 유대인의 일부가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국가 건설을 택했고, 그 과정에서 유럽 식민주의와 배타적 민족주의가 결합한 시오니즘이 힘을 얻었다는 것이 책의 줄기다.

저자는 이스라엘 건국을 유대인의 염원으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독실한 유대교 신자이자 역사학자인 그는 시오니스트들이 약속의 땅을 국가로 만들기 위해 팔레스타인인을 밀어냈고, 그 논리가 오늘의 폭력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중반부는 '시오니즘 식민화 이전의 팔레스타인', '시오니즘과 팔레스타인인들', '새로운 히브리인', '유럽의 유산과 인내' 같은 장으로 짜였다. 이 배열은 건국 이전의 팔레스타인에서 출발해 시오니즘의 형성과 정착 과정을 따라가도록 설계돼 있다.

책이 특히 길게 다루는 대목은 가자지구 파괴를 둘러싼 담론이다. 2006년 이후의 가자지구 봉쇄, 1947년부터 1949년까지 이어진 '나크바', 건국 초기부터 강요된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짚으며 팔레스타인 저항을 반유대주의 하나로만 설명하는 프레임을 비판한다.

후반부에서는 이스라엘이 더는 다윗이 아니라 미국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골리앗으로 변했다는 인식을 제시한다. '삼손 옵션'과 핵 억제, 첨단기술 감시, 표적 암살, 인공지능과 결합한 군사작전까지 끌어와 국가폭력이 어떤 방식으로 확장됐는지 보여준다.

야코프 랍킨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 10월 7일 이후의 전쟁 프레임, 이스라엘 내부의 권위주의적 환경까지 묶어 현재를 읽는다. 홀로코스트의 기억이 국제법과 표현의 자유를 압박하는 정치 언어로 쓰일 때 무엇이 지워지는지도 함께 묻는다.

마지막에는 팔레스타인인을 같은 인간으로 대우하는 집단적 참회를 거론하며 모두가 평등한 권리를 누리는 사회를 과제로 남긴다. 이 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피해와 가해의 도식에 가두지 않고, 시오니즘과 국가폭력의 구조를 어디까지 따져 물어야 하는지 되묻는다.

△ '이스라엘을 고발한다'/ 야코프 랍킨 지음/ 김재용 옮김/ 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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