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광주·경주, 고립된 역에서 지방의 위기를 읽다
[신간] '외톨이 역을 떠나며'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외톨이 역을 떠나며'는 포항·광주·경주 같은 도시의 고립된 역을 따라가며 지방 침체와 이동 체계의 균열을 짚는다. 저자 전현우는 전기차와 철도, 버스와 비행기, 철새와 해안 개발을 함께 놓고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 시대에 어떤 연결망이 필요한지 묻는다.
책이 붙드는 첫 장면은 도심에서 밀려난 역이다. 선로를 곧게 펴거나 개발 공간을 넓히는 과정에서 역이 외곽으로 옮겨지고, 그 결과 역은 보행자와 대중교통, 도심의 흐름에서 떨어져 자동차 없이는 빠져나오기 어려운 공간이 됐다는 문제의식이 출발점이다. 저자는 이런 장소를 '외톨이 역'이라 부르며 지방 도시의 침체와 이동 체계의 왜곡을 함께 읽어낸다.
대표 사례는 포항과 광주, 경주 같은 도시들이다. 역전 광장을 벗어나도 주차장과 산길이 먼저 나오는 구조, 시민과 외지인이 섞여 머무는 공간이 사라진 풍경은 "3보 이상 승차"라는 표현으로 압축된다. 책은 역 이전이 단순한 교통 시설 재배치가 아니라 도시의 생활 방식과 이동 감각을 바꾸는 사건이었다고 본다.
문제는 역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책은 자동차와 비행기가 도시를 재편하던 20세기 도시주의의 논리를 더듬으며, 직선 도로와 속도를 앞세운 개발이 구도심의 느린 길과 만남의 공간을 어떻게 밀어냈는지 살핀다. 잘 가꿔진 구도심의 길은 걷고 멈추고 모이게 하지만, 자동차 중심 공간은 그런 시간을 지워왔다고 저자는 본다.
중반부에서는 철도의 사회적 기능과 지역 연결의 빈틈이 구체 사례로 이어진다. 서부경전선과 부산~광주 축을 다루며 아직 KTX가 닿지 못한 구간, 지반 문제와 우회 노선 계획, 인접 도시 교통량이 집중되는 병목을 함께 짚는다. 교통망의 약점이 중앙 정부의 무관심만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지역이 어떤 이동 수단에 자원을 배분해왔는지도 함께 따져 묻는다.
경주를 다룬 대목은 자동차 지배의 풍경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황룡사 터와 월지 일대에 끝없이 이어지는 주차장과 차량 행렬은 문화유산 주변 공간마저 자동차의 논리로 재편된 현실을 드러낸다. 저자는 이 장면을 통해 오랜 시간과 사유가 쌓인 장소에서도 이동의 기준이 자동차 한 축으로 기울어졌다고 말한다.
2부는 전기차와 철도, 버스의 관계를 정면으로 다룬다. 저자는 강연과 북토크마다 따라붙는 "그래서 철도입니까, 전기차입니까?"라는 질문을 끌어오며 승용차 대 대중교통 비중을 뒤집어야 한다는 급진적 과제를 제시한다. 인구 감소 시대의 버스, 전국 대중교통망의 방향까지 함께 다루면서 어떤 수단이 더 많은 사람의 이동 역량을 떠받칠 수 있는지 따진다.
3부에서는 시야가 바다와 하늘로 넓어진다. 철새와 비행기의 충돌, 해안과 농경지를 둘러싼 개발, 북서태평양 연안의 연결은 인간의 교통 체계가 생태계와 따로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로컬과 글로벌이 갈라진 채로는 재생에너지와 전력망도 유지되기 어렵다는 판단은 이동 문제를 기후위기와 대지의 문제로 확장한다.
전현우는 3부 9장과 부록까지 이어지는 구성 안에 도시, 철도, 버스, 비행기, 생태를 한 축으로 묶었다. 이 책은 지방소멸과 에너지 위기, 기후변화를 각각 떼어 놓지 않고 연결망의 문제로 다시 보게 한다. 역이 어디에 놓이고 누가 어떻게 이동하느냐가 앞으로의 도시와 삶을 가를 기준이라는 질문이 끝까지 남는다.
△ '외톨이 역을 떠나며'/ 전현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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