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선란·임솔아 '선 끝에'…소설과 시로 엮은 우주선의 애도

[신간] '선 끝에'

이 책의 중심에는 손을 쓸 수 없는 자리를 오래 바라보는 시선이 놓여 있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선 끝에'는 블랙홀 곁에서 끝나지 않는 죽음을 지켜보는 소설과 그 곁에 남는 마음을 더듬는 시를 한 권에 묶어 애도와 생존의 감각을 나란히 세운다. 천선란과 임솔아는 'SF 소설×시' 연작 안에서 우주선을 공통 장치로 삼아 소설 한 편, 시 일곱 편, '5문 5답'으로 서로 다른 문장을 맞물리게 했다.

이 책의 중심에는 손을 쓸 수 없는 자리를 오래 바라보는 시선이 놓여 있다. 천선란이 쓴 소설은 블랙홀에 붙들린 이주선과 그 안에서 아주 느리게 익사하는 사람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유족과 돌보는 인물을 앞세워 끝나지 않는 애도의 시간을 밀어 올린다.

임솔아의 시편들은 같은 상실을 다른 결로 받는다. 우주선은 무덤이면서 생활의 터전이 되고, 화자는 해양 설이 창문에 부딪히는 장면이나 빈 새장을 들고 다시 만나기로 하는 약속처럼 사라진 것 곁에 남는 몸의 감각을 붙든다.

형식의 뼈대는 단순한 합본이 아니다. 'SF 소설×시'는 소설가와 시인이 짝을 이뤄 각자의 장르를 한 권에 담는 연작이고, 이번 책에는 천선란의 소설 '선 끝에 나룻배를 탄 타조와', 임솔아의 시 '해양 설Marine Snow' '새 이야기' '받아쓰기 기능' 'It's Milky' '선' '텔레미터링' '모두 다른 괴물'이 실렸다.

두 사람의 작업 순서도 책의 결을 만든다. 천선란이 임솔아의 기존 시집을 읽고 먼저 소설을 썼고, 임솔아는 그 소설을 읽은 뒤 시편들을 이어 썼다. 같은 우주선을 두고도 한쪽은 애도의 장면으로, 다른 한쪽은 버려진 것들과 함께 살아가는 생활의 공간으로 밀어 넣은 셈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유족들이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는 죽음의 현장 곁을 지킨다. 시는 그 자리를 직접 설명하기보다 "죽은 사람은 내가 본 적 없는 사람" 같은 문장으로 영정 사진 앞의 낯섦, 늦게 도착하는 말, 붙잡을 수 없는 존재를 감각의 층위에서 다시 불러낸다.

책 말미의 '5문 5답'은 서로의 글이 어떻게 상대의 언어를 바꿨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임솔아는 SF라는 키워드가 없었다면 쓰지 않았을 단어들을 이번 시에서 쓰게 됐다고 말하고, 천선란은 '받아쓰기 기능'의 한 구절을 통해 익숙한 얼굴이 갑자기 낯설어지는 감각을 새로 보게 됐다고 돌아본다.

△ '선 끝에'/ 천선란·임솔아 지음/ 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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