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라고 답하기 전에…관계 유지하면서 거절하는 법
[신간] '거절의 기술'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거절의 기술'은 관계를 깨뜨리지 않으면서도 "아니요"라고 말하기 어려운 순간을 파고들며, 거절을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익힐 수 있는 기술로 다시 세운다. 저자 바네사 패트릭은 스포트라이트 효과와 A.R.T.라는 틀을 통해 즉흥적 승낙을 줄이고 자신이 정한 원칙대로 거절하는 방법을 짚는다.
저자 바네사 패트릭은 금요일 저녁 퇴근길을 막는 한마디, "너만 할 수 있어"라는 칭찬을 앞세운 부탁, 모두가 지켜보는 듯한 상황을 제시한다. 그는 이런 순간에 사람들은 원치 않는 승낙을 내놓고 정작 중요한 일은 뒤로 미루게 된다고 본다.
저자에게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스물네 번째 생일에 팩스 한 장 때문에 늦은 밤까지 사무실에 남았고 결국 생일 파티를 놓친 경험이 10년 넘는 연구로 이어졌다. 책은 그 연구 끝에 거절을 타고난 성향이 아니라 훈련할 수 있는 기술로 정리한다.
그 기술의 이름은 A.R.T.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자기 인식(Awareness), 즉흥적으로 흔들리지 않게 하는 규칙(Rules), 자기답게 거절하는 방식(Totality of Self)을 한 묶음으로 세운다. 감정에 밀려 판단하는 대신 미리 정한 기준에 따라 답하라는 제안이다.
책은 거절을 어렵게 만드는 심리도 구체적으로 짚는다. 저자는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린 것처럼 느끼는 압박을 '스포트라이트 효과'로 설명하며, 낯선 사람이나 가족의 부탁 앞에서도 비슷한 심리가 작동한다고 본다. 거절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성격이 아니라 상황의 구조에서 찾는 대목이다.
방법론은 언어 선택에서도 드러난다. 책은 자신의 정체성을 앞세운 표현이 더 단단한 거절을 만든다고 보고, 동사보다 명사형 정체성이 사람의 선택을 더 강하게 붙든다는 연구도 소개한다. "나는 원래 그런 부탁은 받지 않는다" 같은 문장이 단순한 변명이 아니라 기준의 선언이 되는 셈이다.
요청 자체를 가려보는 기준도 제시한다. 상대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자신에겐 부담이 크지 않은 일, 들이는 노력에 비해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은 일, 많은 수고가 들지만 의미가 큰 일을 나눠 보며 무엇에 응하고 무엇을 거절할지 판단하라는 식이다. 승낙과 거절을 감정 싸움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돌려놓는다.
사람 유형을 나눈 대목도 실용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마리골드형', 보호하려는 '장미 넝쿨형', 상대를 깎아내리는 '호두나무형'을 구분하고, 특히 호두나무형 사람 앞에서 더 단호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저자는 휴스턴대학교 바우어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연구 부학장으로, 심리학과 마케팅, 경영학 분야에서 연구를 이어왔다.
'거절의 기술'의 목표는 예의 차리기가 아니라 삶의 우선순위다. 시간을 빼앗는 요청에 어떻게 선을 긋고, 정말 해야 할 일에는 어떻게 "그래"라고 답할지 묻는다. 거절을 죄책감의 언어가 아니라 자기결정의 언어로 바꾸려는 책이다.
△ '거절의 기술'/ 바네사 패트릭 지음/ 이주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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