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에서 K-EDU까지…EBS 35년 현장에서 끌어올린 질문

[신간] 'AI시대, 공영방송은 어떻게 살아남는가'

'AI시대, 공영방송은 어떻게 살아남는가'는 AI와 플랫폼 전환 속에서 공영교육미디어 'EBS'가 어떤 판단 구조를 다시 세워야 하는지 짚는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AI시대, 공영방송은 어떻게 살아남는가'는 AI와 플랫폼 전환 속에서 공영교육미디어 'EBS'가 어떤 판단 구조를 다시 세워야 하는지 짚는다. 저자 류남이는 EBS에서 35년간 기획예산과 온라인사업, 콘텐츠 제작 현장을 거친 경험을 바탕으로 재정 위기와 조직 혁신, K-교육 전략을 하나의 구조로 묶어 제시한다.

책은 같은 공간에서도 서로 다른 알고리즘을 따라 각자 다른 화면을 보는 현실에서 출발한다. 가족을 묶던 공통의 시선이 약해진 자리에서 교육은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공영미디어는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를 먼저 묻는다.

그 문제의식은 기술 자체보다 판단의 구조에 닿아 있다. 더 많은 정보를 쥐고도 더 잘 판단하지 못하는 이유를 질문, 공감, 해석, 판단의 흐름이 무너진 결과로 보고, AI가 답을 정리해도 무엇을 물을지와 어떤 책임을 질지는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재정과 플랫폼의 이중 위기도 책의 중심 축이다. 수신료 수입 감소와 광고 이동, 학령인구 축소가 한꺼번에 겹친 상황에서 팬데믹까지 지나며 공영교육미디어의 기반이 더 약해졌다는 진단이 이어진다. 저자는 이를 개별 현상이 아니라 구조를 다시 짜야 하는 신호로 읽는다.

책은 8부 구성으로 이런 문제를 단계적으로 풀어간다. 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됐는지에서 출발해 인간의 판단이 무엇으로 완성되는지 짚고, 35년 현장에서 본 조직의 장면과 재정, 거버넌스, 콘텐츠, 플랫폼의 전환 과제를 연결한다.

현장 사례도 구체적으로 들어간다. 테이프에서 파일 기반 제작으로 넘어가던 시기의 의사결정, 베트남 한국학교 교무실에서 외장하드 하나가 이어준 교육 현장, '펀리딩' 교사단과 '한입토익' 공개방송처럼 시청자를 참여자로 세운 경험이 공영교육미디어의 방향을 설명하는 재료로 놓인다.

후반부는 실행 방안에 무게를 둔다. 단기 보정과 중기 법제화, 장기 글로벌 기반 구축으로 이어지는 재정 구상과 함께 입시 중심 콘텐츠에서 판단력 중심 서비스로 옮겨가야 한다는 제안이 담겼다. AI도 교사를 밀어내는 기술이 아니라 더 인간적인 기획을 돕는 도구로 자리매김한다.

조직 운영과 브랜드 전략도 빠지지 않는다. 실패 뒤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조직이 펭수 같은 실험을 가능하게 했고, 분산된 캐릭터와 콘텐츠를 교육 유니버스로 묶을 때 브랜드와 재정의 선순환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결국 책이 겨누는 질문은 공영방송의 생존 자체에 머물지 않는다. 다음 세대가 누구의 가치관과 어떤 구조 안에서 배우게 될 것인지, 한국이 교육 지식 인프라를 직접 설계할 수 있을지를 함께 묻는다.

△ 'AI시대, 공영방송은 어떻게 살아남는가'/ 류남이 지음/ 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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