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어떤 나무가 자라고 있나요"…그림책으로 들여다본 어른의 균열

[신간] '치유의 그림책'

[신간] '치유의 그림책'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치유의 그림책'은 불안과 후회, 고립감, 관계의 균열을 그림책 장면에 비춰 어른의 상처와 회복을 함께 짚는다. 저자 이혜령과 서정은 고전과 현대 그림책을 따라가며 존재의 긍정, 적당한 거리, 삶의 순환 같은 질문을 자신의 기억과 경험에 겹쳐 풀어낸다.

준비한 만큼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 현실이 책의 출발점이다. 두 저자는 이런 불안이 개인의 기질만이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 반복해 마주하는 흔들림이라고 짚는다. 이 책은 그림책을 해설하거나 줄거리를 정리하는 대신 그 흔들림이 남긴 기억의 자국을 더듬는다.

구성은 두 갈래다. 1부에서 이혜령은 자녀와 부모, 소수자와 맺는 관계를 지나며 생긴 좌절과 상처를 따라간다. 2부에서 서정은 심리적 위축, 놓쳐버린 인연에 대한 회한, 삶의 순환 앞에서 생기는 불안을 다룬다.

이혜령의 글은 존재를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시선을 둔다. 민들레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과 5남매가 딸기 한 알, 케이크 한 조각을 나누는 사례는 신뢰와 공정의 감각을 다시 꺼내는 장치로 놓인다. 관계의 균열을 지나서도 '그냥 존재함으로써 충분히 아름답다'는 문장이 이 부의 축을 이룬다.

서정의 글은 불안과 여백, 거리의 문제를 전면에 세운다. 무엇을 좋아하는 마음이 고통으로 기울지 않으려면 대상과 나 사이에 남겨둘 자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자꾸 시들어가는 화분을 바라보며 돌봐야 할 때와 놓아둘 때의 경계를 짚는 대목은 인간관계의 거리감과도 맞닿는다.

책은 데이비드 위즈너, 아놀드 로벨, 마리 도를레앙, 전소영 등 그림책 작가들의 장면을 경유해 두 저자의 기억을 펼친다. 장면은 단순한 인용 재료가 아니라 오래 남아 있던 얼룩과 상처를 꺼내는 통로로 기능한다. 그래서 서술은 그림책 감상보다 각 장면 앞에서 흔들리던 마음의 움직임에 더 가까이 붙는다.

중간중간 놓인 질문도 분명하다. "당신의 마음속에는 지금 어떤 나무가 자라고 있나요"라는 물음은 빽빽한 일상 속에서 자신 안의 상태를 돌아보게 한다. 고요히 머무는 시간이 드물어진 현실, 잊힌 존재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이 질문과 함께 이어진다.

두 저자의 이력은 책의 방향을 뒷받침한다. 이혜령은 읽기와 쓰기, 독서 토론과 그림책 모임을 이어왔고 그림책테라피스트로 활동해왔다. 서정은 수목원 산책과 원예 치료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해 그림책 수업을 거쳐 어른도 읽는 그림책의 세계로 들어섰다.

결국 이 책이 남기는 건 그림책의 줄거리보다 자신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다. 관계가 흔들릴 때 무엇을 붙들어야 하는지, 불안을 견디려면 어떤 여백이 필요한지, 존재를 긍정한다는 말이 어떤 장면에서 성립하는지를 차례로 묻는다.

△ '치유의 그림책'/ 이혜령·서정 지음/ 169쪽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