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오창·세종…중부권의 새 축을 따라간 '사용설명서'
강남 향한 원심력과 세종의 구심력, 중부권을 가르는 두 힘
[신간] '중부권 메가시티 사용설명서'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중부권 메가시티 사용설명서'는 행정구역 단위의 충청권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생활권의 변화를 전면에 세운다. 대전·세종·청주를 한 축으로 묶고 수도권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따라가며 중부권이 새 경제·행정 축으로 재편되는 과정을 좇는다.
김시덕은 이 흐름을 두 힘의 충돌로 정리한다. 서울·강남으로 자본과 산업이 쏠리는 원심력과 세종·대전으로 국가 기능이 모이는 구심력이 맞부딪치며 중부권의 성격을 바꾼다는 것이다.
책은 중부권 메가시티의 출발점을 세종시 건설 이후로만 묶지 않는다. 충주와 공주가 수운의 거점이던 시기부터 충청권의 중심이 어디에 놓였는지 더 긴 시간축으로 더듬는다.
경부선 철도가 놓인 뒤 충북도청은 충주에서 청주로, 충남도청은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동했다. 강과 나루를 따라 형성된 질서가 철도와 도로 중심으로 바뀌면서 충청권의 중심축도 함께 옮겨갔다는 해석이다.
조치원과 오송은 이런 이동의 압축판이다. 경부선과 충북선이 만나는 조치원, 세종의 관문 구실을 하는 오송역은 행정구역보다 넓은 생활권이 이미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주 서북부의 오송·오창과 SK하이닉스 일대는 원심력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지역이다. 수도권과의 거리,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반도체 산업이 겹치며 이 일대가 중부권 안에 있으면서도 '확장 경기도'와 '확장 강남'의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만약 현대전자산업이 계획대로 대전 북부에 반도체 공장을 지었다면 중부권 한가운데서 강한 구심력이 생겼을 것이라고 짚는다. 그러나 실제 공장이 청주 서북부에 자리 잡으면서 중부권을 묶는 힘보다 대서울권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커졌다고 본다.
세종은 반대로 중부권 전체를 묶어내는 구심점이다. 충남과 충북, 대전의 경계가 만나는 입지와 행정 기능의 집중이 맞물리며 세종이 단순한 신도시를 넘어 중부권 메가시티의 중심축으로 떠오른다는 진단이다.
책은 이 과정이 행정 기능의 이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본다. 연기군의 읍면 지역 위에 세워진 세종에서 조치원과 행정도시 사이의 긴장, 세종역 명칭 문제, 기존 주민과 이주민의 거리감이 함께 남아 있기 때문이다.
중부권 메가시티는 산업과 행정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이동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서울·경기권 공무원과 연구원, 기업 종사자, 한국전쟁 피난민과 산업화 시기 이주민이 세종과 대전, 청주의 성격을 함께 바꿔놓았다는 점을 책은 여러 장면으로 묶는다.
대전의 음식문화와 성심당, 추교은체 간판, 청주 봉명주공1단지의 풍경도 이런 변화의 단서로 호출된다. 원도심 재개발과 신도시 확장, 생활문화의 잔존과 이동이 한 도시 안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모습을 현장 답사를 통해 포착한다.
봉명주공1단지처럼 주한미군 기지나 산업도시 사택 단지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 오송과 오창의 산업시설, 청주공항과 충북혁신도시의 연결은 추상적인 메가시티론 대신 구체적인 공간 감각을 앞세운다. 도시의 재편을 도로와 역, 산업단지, 시장과 간판 같은 실물 풍경으로 읽게 하는 방식이다.
이 책은 2018년 '서울 선언'으로 출발한 '한국 도시 아카이브' 시리즈의 다섯 번째 권이다. 김시덕은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학부와 석사 과정을 거쳐 일본 국문학 연구 자료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고려대 일본연구센터 HK 연구교수와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HK 교수를 지냈다.
△ '중부권 메가시티 사용설명서'/ 김시덕 지음/ 5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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