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 함께 일상의 민주주의를 꿈꾸다

[신간] '청소년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이야기'

'청소년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이야기'는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장면을 따라 민주주의가 어떻게 흔들리고 지켜졌는지 짚는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청소년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이야기'는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장면을 따라 민주주의가 어떻게 흔들리고 지켜졌는지 짚는다. 저자 최태현은 국가와 권력의 원리, 광장의 경험, 시민의 책임을 선생님과 청소년의 대화 형식으로 풀어내며 제도적 민주주의를 넘어 일상의 민주주의를 묻는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장면은 선거 이후에도 이어진다. 이 책은 합법의 외피를 두른 권력 행사가 어떻게 제도를 흔드는지 먼저 세우고, 한국 사회가 겪은 비상계엄의 충격과 광장의 경험을 함께 끌어오며 민주주의의 현재를 정면으로 다룬다.

현대사를 따라 되짚는 민주주의의 균열

1960~70년대 경제 성장과 권위주의의 공존은 첫머리에서 중요한 갈등축으로 놓인다. 산업화의 성과와 함께 국가 폭력이 남긴 상처를 짚으며, 독재에 맞서 쌓아 올린 1987년 민주화의 무게를 다시 보여준다.

이후 서사는 외환 위기로 이어진다. 1997년 IMF 금융 위기 뒤 각자도생과 능력주의가 일상 언어가 된 과정, 세월호 참사가 국가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한 장면이 민주주의의 결손과 함께 묶인다.

분단 체제는 또 다른 축이다. 남북 분단이 낳은 이념 대립, 지역감정의 정치적 작동 방식, 전쟁과 평화 사이를 오간 한국 사회의 긴장이 오늘의 양극화와 어떻게 맞물렸는지 차례로 살핀다.

광장의 장면도 비중 있게 다룬다. 촛불과 두 번의 탄핵, 서로 다른 목소리가 모이는 광장의 방식, 교실이 얼마나 민주적인 공간인가를 묻는 대목이 제도 바깥의 민주주의를 확장한다.

국가와 제도를 보는 다섯째 날의 질문

책의 중반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방향을 튼다. 국가는 어디에나 있으면서도 쉽게 붙잡히지 않는 존재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국가와 사회 가운데 무엇이 먼저인가, 우리에게 필요한 국가는 어떤 모습인가를 차분히 묻는다.

이 물음은 국가의 책임으로 이어진다. 시민의 안전과 기본권을 누가 어떻게 보장해야 하는지, 모두를 위한 국가를 만들 수 있는지, 제도가 삶을 지탱하지 못할 때 시민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를 본문 곳곳에 배치했다.

저자는 사회 계약설의 힘도 강조한다. 국가를 주어진 틀로 받아들이기보다 시민이 함께 만들고 고쳐 가는 대상으로 볼 때 헌법 개정과 제도 개편 역시 현재 진행형의 계약 수정으로 읽힌다는 시선이다.

삼권 분립, 대의제, 관료제는 이 책의 또 다른 중심 줄기다. 권력을 나누고 견제하는 원리, 대표를 통해 참여하는 방식, 법에 따라 운영되는 행정의 구조를 교과서 개념에 머물지 않게 한국 사회의 현실과 연결해 설명한다.

공적 기관과 시민의 역할을 다시 묻다

언론, 검찰, 사법부와 헌법재판소, 시민 단체를 다룬 장은 민주주의가 선거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각 기관이 어떤 역할을 맡고 어디에서 신뢰를 잃는지, 시민의 감시와 참여가 왜 필요한지 공적 기관의 자리와 함께 짚는다.

서술 방식은 일방적인 해설보다 대화에 가깝다. 여러 논쟁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특정 관점을 주입하지 않고, 다른 입장을 함께 놓으며, 청소년 각자의 사회·경제적 위치와 판단을 존중하려는 '보이텔스바흐 합의'의 세 원칙을 구성의 바탕에 깔았다.

책이 붙드는 청소년의 현실도 선명하다. 물질적으로는 이전 세대보다 나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경쟁은 더 날카로워졌고, 기후 위기와 문명의 내리막을 함께 떠안은 10대와 20대 초반의 비관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 위에서 민주주의의 효용을 다시 묻는다. 독재자는 어느 날 갑자기 전능한 존재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역사적 경고를 상기시키며, 느리고 혼란스러워 보여도 민주주의만이 자유와 꿈꿀 공간을 남긴다고 말한다.

후반부는 제도의 빈틈을 누가 메우는가로 향한다. 완벽한 제도는 없고, 그 틈을 공익으로 채울지 사익으로 파고들지는 결국 시민의 마음과 실천에 달렸다는 대목이 책의 결론을 이룬다.

마지막에는 차이가 차별로 기울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도 묻는다. 성별, 세대, 지역, 장애 여부 같은 하나의 표지로 사람을 단순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서로 다른 삶의 궤적을 존중하면서도 선을 넘는 행동에는 타협하지 않는 시민의 힘을 민주주의의 마지막 조건으로 남긴다.

최태현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로 국가와 행정, 시민 사회의 관계를 연구해왔다. 공공의 윤리와 리더십, 행정의 의사결정을 고민해 온 연구자의 이력이 책 전반의 질문을 떠받치지만, 문장은 청소년 독자가 따라갈 수 있는 속도로 유지된다.

△ '청소년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이야기'/ 최태현 지음/ 288쪽

'청소년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이야기'는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장면을 따라 민주주의가 어떻게 흔들리고 지켜졌는지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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