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인자입니다"…가습기살균제 유가족의 33년

2024 대법원 판결까지…국가·기업범죄로 본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구조
[신간] '숨;X - 죽음은 하얗게 다가왔다'

'숨;X - 죽음은 하얗게 다가왔다'는 1992년 제품 개발부터 2024년 대법원 판결까지 이어진 가습기살균제 참사 33년을 한 권에 묶는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숨;X - 죽음은 하얗게 다가왔다'는 1992년 제품 개발부터 2024년 대법원 판결까지 이어진 가습기살균제 참사 33년을 한 권에 묶는다. 저자 류이는 4년 6개월 동안 피해자와 전문가 100여명을 만나고 병원·법정·국회 현장을 따라가며 이 재난을 다큐멘터리 문학이자 시각백서로 정리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끝난 사건이 아니다. 저자는 이 재난을 최소 893만여명 노출, 95만여명 피해, 2만여명 사망으로 이어진 생활화학·바이오사이드 대참사로 놓고, 집 안의 제품이 어떻게 사회 전체의 재난으로 번졌는지 추적한다.

책은 사건의 전모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흐름으로 보여주는 기록이 없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특조위 종합보고서가 나왔지만 국가범죄를 인정하지 않았고, 기업과 관료 조직은 사건을 은폐·축소·왜곡해왔다고 본다.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백서의 구조와 사진 기록을 결합한 시각백서 형식을 택했다.

구성의 뼈대는 30대 사건이다. 1992년 가습기살균제 개발과 시장 형성, 원인 불명 폐질환의 등장, 역학조사와 특별법, 옥시 불매운동, 독성물질 재판, 2024년 대법원 판단까지 파편처럼 흩어진 장면을 연대기로 다시 묶었다. 조각난 뉴스로는 보이지 않던 재난의 구조를 한 권 안에서 읽게 하려는 시도다.

사진은 이 책에서 장식이 아니라 사건을 읽는 또 다른 문장이다. 병실과 거실, 장례식장, 거리, 국회, 법정에서 찍은 장면들은 피해자의 얼굴과 공간을 앞세워 보이지 않던 재난을 구체적인 현장으로 바꾼다. 글은 그 장면에 국가와 기업의 책임 구조를 덧대며 사건의 맥락을 잇는다.

특히 어린이 피해는 책의 중심축으로 반복해서 호출된다. 전체 사망자의 30% 이상이 영유아·어린아이였다는 대목과 중환자실, 유가족 증언, 피해자 아버지들의 시위 장면은 이 재난이 소비자 분쟁을 넘어선 문제였다는 사실을 밀어 올린다. 부모와 시민이 자기 일로 이해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여기서 나온다.

류이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4년 6개월 동안 피해자들의 집과 병원, 장례식장, 법정과 국회를 오가며 기록을 쌓았다. 100명이 넘는 피해자와 전문가를 심층 인터뷰했고 특조위 보고서, 독성학·역학·임상 연구, 법원 판결문을 함께 추적했다. 책은 그 취재를 바탕으로 사건 서사와 구조 해설, 시각 기록을 한데 묶는다.

출간 시점의 배경도 분명하다. 책은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2011년 공표 뒤 14년이 지나도록 배상과 책임 규명이 충분히 끝나지 않았고, SK 재판도 파기환송된 상태라고 짚는다. 과거를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도 이어지는 장기재난으로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숨;X'는 한 제품의 위험을 고발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화학물질문명과 규제 실패, 기업 은폐, 사법 대응이 어떻게 맞물렸는지를 따라가며 왜 이 참사를 다시 읽어야 하는지 묻는다. 시민이 국가대재난의 구조를 이해하는 기준점을 만들겠다는 책의 목적도 그 지점에서 선명해진다.

△ '숨;X - 죽음은 하얗게 다가왔다'/ 류이 지음/ 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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