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클릭한 최저가상품은 왜 품절일까"…일상을 움직이는 설득의 원리

[신간] '심리학자의 설득법'

[신간] '심리학자의 설득법'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심리학자의 설득법'은 광고와 뉴스, 전쟁 선전, 디지털 플랫폼을 가로지르며 설득 심리학이 사람의 판단과 행동을 어떻게 움직여왔는지 추적한다. 저자 이현우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부터 인지 부조화, 휴리스틱, 넛지, AI 맞춤형 설득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10개의 질문으로 정리한다.

사람이 왜 틀린 선택을 고집하는지, 왜 다수의 의견에 흔들리는지, 왜 마지막 기회라는 말에 지갑을 여는지가 이 책의 출발점이다. 아침 뉴스와 출근길 광고, 가족 식탁의 대화, 잠들기 전 유튜브까지 설득이 스며드는 장면을 끌어와 심리학 이론이 일상에서 작동하는 순간을 먼저 보여준다.

책은 설득을 단순한 화술이 아니라 인간 이해의 역사로 놓는다. 논리와 감정, 독립성과 관계성 사이를 오가는 인간의 본질이 설득 연구의 바탕이 됐다는 것이 책의 기본 시선이다.

전쟁과 실험실에서 출발한 설득 연구

설득 심리학의 출발점으로 책이 먼저 호명하는 장면은 제2차 세계대전기 미국 전쟁부의 정신 훈련이다. 미국이 급히 모병한 신병들에게 참전의 이유와 적의 정체를 납득시켜야 했고, 이 과정에서 호블랜드가 메시지가 사람의 태도와 행동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실험했다.

이후 책은 설득을 개인의 의사결정에만 묶지 않는다. 다수의 의견, 타인의 존재, 사회적 압력이 판단을 어떻게 바꾸는지 따라가며 설득이 사회적 환경 속에서 작동하는 힘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카너먼의 프레이밍 효과도 이 흐름 안에 놓인다. "성공 확률 90퍼센트"와 "실패 확률 10퍼센트"처럼 같은 정보라도 문장 틀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이유를 짚으며 손실 회피와 직관적 판단의 메커니즘을 끌어낸다.

[신간] '심리학자의 설득법'
인지 부조화에서 넛지까지

책의 중반은 현대 독자에게 익숙한 개념들을 설득 심리학의 계보 안에 다시 배치한다. 인지 부조화, 메타인지, 휴리스틱, 넛지 같은 용어를 따로 떼어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각이 어떤 질문과 실험에서 나왔는지 연결한다.

특히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는 디지털 환경을 읽는 핵심 개념으로 제시된다. 화면 속 타인의 삶과 자신의 일상 사이의 간극, 신념에 맞춰 정보 환경을 편집하는 행동, '좋아요'와 '언팔'을 고르는 선택이 모두 자기 불편을 줄이려는 과정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치알디니와 사회 휴리스틱, 브렘과 맥과이어, 놀스의 저항 이론을 잇는 대목에서는 설득이 언제나 성공하는 기술이 아니라는 점도 함께 다룬다. 감정의 역할, 강한 설득이 불러오는 반발, 설득하지 않고 행동을 바꾸는 넛지의 방식까지 묶어 설득의 범위를 넓힌다.

AI 시대의 설득은 무엇이 다른가

후반부는 AI 시대에 설득이 어떤 형태로 바뀌는지에 집중한다. 책은 '호모 콰렌스'라는 표현을 꺼내며 지금 필요한 능력을 질문하는 힘으로 묶고, 개인의 취향과 상태를 학습한 맞춤형 설득이 이미 일상 가까이 와 있다고 본다.

이 지점에서 AI를 상대로 한 설득 실험도 등장한다. 부적절한 정보 제공을 막도록 설계된 AI에 설득 심리학 원리를 적용했더니 답변률이 33.3퍼센트에서 72퍼센트로 높아졌다는 사례를 통해, 인간의 언어를 학습한 AI 역시 설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저자 이현우는 한양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육석학교수로,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을 국내에 처음 번역·소개한 인물이다.

△ '심리학자의 설득법'/ 이현우 지음/ 284쪽

[신간] '심리학자의 설득법'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