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범, '민음사 제49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상금 3000만 원
수상작 '점선,' 北 '고난의 행군' 직후 시대상 사실적 묘사로 호평
수상 소감 "글로써 세상과 연결되어 가슴이 뭉클해"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올해 가장 주목받아야 할 문학적 성취가 마흔의 나이에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한 늦깎이 작가의 손에서 탄생했다. 민음사는 '제49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서현범(42) 작가의 장편소설 '점선,'을 선정했다고 8일 발표했다.
민음사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오후 3시 본사에서 진행된 심사위원회에서 서현범 작가의 장편소설 '점선,'이 출품된 총 415편의 쟁쟁한 작품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당선작인 '점선,'은 1990년대 후반 최악의 식량 위기였던 북한의 '고난의 행군' 직후와 남한 문화가 흘러들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았다. 특히 탈북의 마지막 관문이라 불리는 국경 지대 도시 '회령'에서 살아가는 국경수비대 군인 '강만'과 그 주변 인물들의 처절한 삶을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문학계의 반응은 뜨겁다. 심사에 참여한 소설가 이응준은 "이 작품이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처럼 극한의 절망 속에서 파괴되는 인간성을 21세기만의 새로운 기법으로 훌륭하게 표현해냈다"고 평가했다. 소설가 김숨 역시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잊고 지내던 북한의 참혹한 현실을 치열하게 파헤쳐 눈앞에 생생하게 보여준 작가의 뚝심에 깊이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점선,'은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뻔한 감상주의나 이념적인 고발에 치우치지 않았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소설가 김기창은 "인권이 무너진 현장을 다루면서도 종교적 선동 대신 적절한 절제를 택한 훌륭한 미학을 갖춘 장편소설"이라고 평했다. 박혜진 평론가는" 뼈아픈 이야기를 값싼 동정 없이 정교한 이미지로 완성해 문학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고 보았다. 전청림 평론가는 "오직 이 작가만이 펼칠 수 있는 묘사력으로 밀도 높은 이야기를 완성했다"고 극찬했다.
서현범은 미국 뉴저지주 자택에서 "어릴 적 소설가는 돈을 벌지 못하는 직업이라 생각해 감히 꿈도 꾸지 못했지만, 마흔이 되던 작년에 비로소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며 "부족한 글이 세상과 연결되고 독자들에게 읽힐 기회를 얻게 되어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3000만 원이 주어지며, 당선작은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에 포함돼 올해 안에 정식 책으로 출간된다.
그동안 우리 문학계에서 북한을 다룬 소설들은 대개 낡은 이념 대립이나 뻔한 눈물샘 자극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서현범은 철저한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인간의 실존이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기존의 틀을 보기 좋게 깨부쉈다. 문학의 힘이 약해졌다는 오늘날, 사회적 무관심에 가려진 이웃의 비극을 정면으로 마주한 이 소설은 우리 문단에 신선한 충격이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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