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만 은둔 청년의 소리 없는 비명…우리는 왜 그들을 방 속에 방치했나

[신간] '은둔하는 청년들'

'은둔하는 청년들'(은행나무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은둔 청년 54만 명 시대. 2024년 기준 청년 20명 중 1명은 2년 이상 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살아간다. 청년들의 고립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상황 속, 이 책은 두 청년 기자가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낸 탐사 기록이다.

저자들은 고립·은둔 청년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삶을 기록하고, 한국 사회가 어떻게 청년들을 은둔으로 내몰고 있는지 추적한다. 학교폭력, 입시 실패, 장기 취업 준비, 실직, 직장 내 괴롭힘 등 다양한 경험이 사회와 단절되는 계기가 된다. 취재 과정에서 저자들은 은둔이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사회적 위험임을 확인한다.

이 책은 특히 청년 세대를 둘러싼 무한경쟁 구조에 주목한다. 입시와 취업, 직장 생활까지 이어지는 경쟁 속에서 청년들은 좌절의 원인을 사회가 아닌 자신의 부족함에서 찾는다. 실패에 대한 낙인과 조롱은 도움을 요청하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고, 결국 많은 이들이 고립과 은둔으로 내몬다.

저자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지금이 고립을 막을 '골든타임'이라고 경고한다. 이를 놓친 일본은 이미 80대 노부모가 50대 히키코모리 자녀를 부양하는 '8050 문제'와 고독사, 간병 살인이라는 사회적 비극을 겪고 있다. 이 책은 무한경쟁의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청년 개인의 변화만 바꾸려는 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소설가 장강명은 추천사에서 "한국 사회는 증상이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는 중병에 걸렸고, 이 책은 성능 좋은 내시경"이라고 썼다. 저자들은 청년 개인의 회복을 넘어, 고립과 은둔을 만들어내는 사회 구조 자체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고쳐야 할 것은 청년이 아니라 사회라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다.

△ 은둔하는 청년들/ 강지윤·양민희 글/ 300쪽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