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를 누가 규정했나"…장애를 보는 기준 자체를 되묻다

[신간] '지적장애의 얼굴들'

'지적장애의 얼굴들'은 지적장애를 결핍과 타자의 자리로 밀어온 제도와 철학을 함께 검토하며, 장애를 바라보는 틀을 바꾸자고 제안하는 이론서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지적장애의 얼굴들'은 지적장애를 결핍과 타자의 자리로 밀어온 제도와 철학을 함께 검토하며, 장애를 바라보는 틀을 바꾸자고 제안하는 이론서다.

저자 리시아 칼슨은 지적장애를 단순한 진단명이나 보호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이에 책은 두 갈래로 짜였다. 앞쪽은 시설과 분류, 통제의 역사를 따라가고, 뒤쪽은 철학이 이 문제를 어떻게 말해왔는지 살핀다.

전반부 핵심은 권력의 작동이다. 저자는 수용과 교육, 감독이 한데 묶인 제도 안에서 지적장애가 어떻게 정의되고 관리됐는지 추적한다. 보호라는 이름과 생산성이라는 요구가 함께 붙었다는 점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젠더(성별) 문제도 크게 다룬다. 특히 정신박약 여성에게 돌봄과 재생산, 도덕성 기준이 겹쳐 씌워진 과정을 짚으며, 여성성의 규범이 시설 운영과 지식 생산에 어떤 방식으로 동원됐는지 보여준다.

후반부는 철학 비판에 집중한다. 칼슨은 주류 사상이 지적장애를 비극이나 공포의 표본처럼 다루면서 당사자를 사유의 바깥으로 밀어냈다고 본다. 인격 여부나 동물과의 경계를 따지는 질문이 반복되는 동안 실제 삶은 흐려졌다는 것이다.

책은 동물화와 고통의 언어를 특히 문제 삼는다. 중증 지적장애를 비인간 동물과 나란히 놓는 논의, 장애를 곧장 불행과 등치하는 관점, 산전 검사와 임신중절을 둘러싼 논의가 어떤 배제를 낳는지 따져 묻는다.

부재한 목소리도 핵심 논점이다. 저자는 지금까지 많은 담론이 당사자를 말 없는 대상으로 취급해왔다고 보고, 자기옹호와 동맹, 관계의 경험을 통해 다른 철학적 언어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리시아 칼슨은 미국에서 철학을 가르치며 장애와 도덕, 돌봄의 문제를 연구해왔다 이 책은 연구자와 정책 담당자, 시민사회가 지적장애를 새로운 기준으로 다시 생각하게 한다.

△ 지적장애의 얼굴들/ 리시아 칼슨 지음/ 이예린·유기훈 옮김/ 456쪽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