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제갈비'는 '물 안 먹인 고기'에서 출발했다
56개 점포 중 26개 폐점... 실패까지 기록한 외식 경영의 이야기
[신간] '식당은 어떻게 브랜드가 되는가'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벽제갈비'의 40년 경영 철학과 브랜딩 전략을 집대성한 '식당은 어떻게 브랜드가 되는가'가 도서출판 따비에서 나왔다. 창업자 김영환 회장의 집념과 추진력이 어떻게 '벽제갈비'를 넘어 '봉피양'과 '벽제갈비 더청담'이라는 독보적인 브랜드로 진화했는지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책은 신촌 골목의 평범한 고깃집이 어떻게 프리미엄 한식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는지 따라간다. '유명한 고깃집'이 아니라 '가치를 보여주는 브랜드'가 되기까지 벽제갈비가 지나온 40년의 선택과 실패, 확장과 진통을 경영 서사로 묶었다.
출발점은 최상급 한우에 대한 집념이다. 김영환 회장은 창업 초기에 '물 안 먹인 고기'와 '최상급 한우'를 차별화의 기준으로 세우고 전국 우시장을 돌며 재료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가격은 그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었고, 신촌점의 상승세는 곧 강남 진출로 이어졌다.
벽제갈비가 고깃집에 머물지 않고 시대 변화에 맞춰 브랜드를 갈아입는 과정도 짚는다. 평양냉면과 돼지갈비를 내세운 '봉피양', 하이엔드 한식의 정점으로 방향을 옮긴 '벽제갈비 더청담', 전 매장의 맛을 표준화한 센트럴키친, 전용 도자기 브랜드 '무나제'가 그 축을 이룬다.
책에는 순탄한 성공담이 있는 것이 아니다. 2008년 광우병 파동으로 매출이 반의 반으로 떨어진 위기, 56개 음식점 중 26개가 문을 닫은 실패, 인천공항 제2터미널점과 교통센터점, 삼청점과 세종점 같은 시행착오도 그대로 실었다. 브랜드는 승승장구가 아니라 위기와 오판을 통과하며 다져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세대 교체의 갈등도 이 책의 중요한 축이다. 1980년대에 창업한 아버지 김영환 회장과 2020년대 후반을 준비하는 아들 김태현 부회장 사이의 충돌과 화해를 통해 가족기업의 승계 문제를 들여다본다. 서로 다른 운영 방식의 긴장은 결국 벽제의 방향성을 다시 분명히 하는 과정으로 읽힌다.
조직과 인재를 다루는 방식도 눈에 띈다. 벽제갈비는 장인 제도를 통해 조리의 전문성을 계승하고, 장기근속자를 중심으로 조직 문화를 쌓아 왔다. 후계자인 김태현 부회장은 '그릴러'라는 명칭과 그릴마스터 대회를 통해 그릴링을 기능이 아닌 문화 콘텐츠로 끌어올리는 구상도 내놨다.
책은 외식업 성공 사례집을 넘어 한국 요식업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묻는다. 살아남는 식당을 넘어 문화를 파는 브랜드가 되려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벽제갈비의 궤적을 통해 묻고 답한다.
△ 식당은 어떻게 브랜드가 되는가/ 황주윤 지음/ 따비/ 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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