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해서 사랑한다는 한화 vs 우승이 습관이라는 기아…소설가 10인10색 야구담
[신간] '혹시, 야구 좋아하세요?'
소설가 김연수·김종광·위수정의 공통점…응원팀은 다르지만 '찐' 야구팬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김연수, 김종광, 위수정 등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소설가 10명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한 열렬한 팬심을 감추지 않은 '혹시, 야구 좋아하세요?'를 현대문학에서 펴냈다. 각 구단의 연고지와 응원 문화, 패배의 기억과 팬의 시간을 문학으로 옮긴 야구 선집이다.
이들은 야구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응원가나 기록이 아니라 소설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10명의 작가가 10개 구단을 하나씩 맡아 각자의 팀을 향한 애정과 기억, 패배와 기다림, 사적인 사연을 서로 다른 문체로 펼친다. 승패와 순위를 넘어 왜 끝내 자기 팀을 사랑하게 되는지를 묻는 구성이 뚜렷하다.
출발점도 분명하다. 출판사는 막연한 야구 이야기나 중복을 피하기 위해 한국 프로야구 10개 구단 수에 맞춰 작가 10명을 섭외했다. 누구는 팀에 대한 노골적인 팬심을 드러내고, 누구는 야구가 깃든 풍경과 향수를 말하며, 누구는 야구와 함께 살아온 시간을 한 편의 소설로 바꿨다.
작품의 결도 제각각이다. 김연수는 삼성 라이온즈 창단기의 사인회 풍경 속에서 어린 시절의 야구를 끌어오고, 김종광은 KT 위즈의 짧지만 강한 역사를 밀도 있게 붙든다. 김홍은 LG 트윈스 팬의 심장을 9회 말 2사 2, 3루의 긴장으로 밀어붙인다.
도재경은 SSG 랜더스와 가족의 상실을 겹쳐 놓고, 서한용은 두산 베어스 팬들이 모인 사회인 야구단 이야기로 확장한다. 송지현은 한화 이글스를 따라가며 자기만의 계보를 만드는 법을 묻고, 심너울은 NC 다이노스 응원가를 둘러싼 논란에서 예상 밖의 애착을 길어 올린다.
위수정은 롯데 자이언츠와 임수혁의 기억을 겹쳐 오래된 팬의 시간을 복원한다. 임현은 사라진 '타이거즈 정신'을 좇는 이야기로 KIA 타이거즈를 변주하고, 한정현은 키움 히어로즈와 서건창을 통해 프로 세계에서 밀려난 존재들의 사연을 붙든다. 팀마다 다른 색이 책 전체의 리듬을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은 스포츠 소설집이면서도 동시에 팬심의 기록집에 가깝다. "야구 게임에는 승패가 있고, 승패가 쌓여 순위가 매겨지지만, 이 열 편의 소설에는 승패도, 순위도 없다"는 문장이 책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남는 것은 응원하는 팀이 가을 끝까지 팬들과 함께해 주길 바라는 가열한 마음뿐이다.
배경이 되는 한국 프로야구의 현재도 함께 비친다. 출판사는 1982년 6개 구단으로 출범한 프로야구가 2026년 10개 구단 체제가 됐고, 2025년에는 1200만명 관중을 모았다고 짚는다.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일상이 된 야구가 문학의 소재이자 정서가 됐다는 뜻이다.
이 책은 야구를 잘 아는 독자에게는 오래된 팀의 기억을, 야구를 잘 모르는 독자에게는 왜 누군가 한 팀을 평생 붙드는지 보여준다. 봄부터 가을까지 한국인의 시간을 점유해 온 프로야구가 소설이라는 그라운드에서 다시 뛰기 시작한 셈이다. 야구팬에게는 헌정이고, 문학 독자에게는 낯선 입문서가 된다.
△ '혹시, 야구 좋아하세요?'/ 김연수·김종광·김홍·도재경·서한용·송지현·심너울·위수정·임현·한정현 지음/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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